[새책이야기]
이 책은 동학의 2세 교조인 해월 최시형의 말씀을 수록한 <해월신사법설>을 주해한 것으로, 총37편의 법설이 담겨 있습니다. <해월신사법설>은 해월 최시형(海月 崔時亨, 1827~1898) 선생이 민중 속으로 동학을 전파하면서 수운 선생의 말씀을 민중들이 쉽게 풀이하고, 또 스스로 깨달은 동학의 사상을 민중 친화적으로 풀어나간 것으로, 주로 해월 선생을 수행하던 제자들이 적은 기록들을 모아 편집한 것입니다. <천도교경전> 중 비교적 쉬우면서도 공감과 감동을 자아내는 글들로 천도교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어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편입니다. 동학의 고전을 현대인들이 알기 쉽게 번역하고 주해한 '동학네오클래식시리즈' 제5권으로 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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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은 한마디로 “오래된 미래”로서 오늘의 지구위기 시대, 인간성 상실의 시대, 마음의 정처를 얻기 어려운 시대에 더욱 그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최근 도올 선생의 <동경대전> 주해서 간행을 계기로, 동학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경대전>에 관한 최초의 주해자는 해월 최시형(1827~1898)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해월 선생이 해석하고 주석한 수운의 동학은 수운 선생으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았고, 또 수운으로부터 직접 인증(認證)을 받았으며, 수운으로부터 마침내 수제자(首弟子)로 공인된 것이라는 점에서 정통성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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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월의 동학 이야기가 수운의 해석과 주석으로서 그 하위범주로만 머물지는 않습니다.
수운 선생의 동학 창도는 한마디로 인간 위에서 군림하며, 인간과 동떨어진 존재인 줄로만 알던 한울님을 사람이 모시고 있음[侍天主] 밝힌 것입니다. 해월은 그것이 한울님에 관한 인식의 전환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문제라는, 시천주 사상의 본질을 강조하였습니다. 해월 선생은 인내천을 사람이 곧 한울이니(人是天)으로 풀어 좀더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실제 삶에서 사람을 대할 때 한울처럼 하라고 가르치고(事人如天; 대인접물), 한울님과 사람뿐만이 아니라 동식물이나 사물(事物)까지도 공경하라[三敬: 敬天, 敬人, 敬物]하여 세상 사람들의 삶,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었습니다.
해월 선생은 “땅 아끼기를 (땅을 대하기를) 어머니 살을 대하듯이 하라”고 하였고, “어린아도 한울님이니 때리지 말라”고 하였고, “베 짜는 며느리가 곧 한울님이니, 한울님의 노동을 생각하라”고 하였고, “하루하루 먹는 음식 앞에서 그 조상과 한울님께 제사 드리고 공양하듯이 경건하라, 그렇게 하면 밥 한 그릇을 잘 먹는 것만으로 도통도 하고 만사지(萬事知)의 지혜를 얻는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나 한 사람의 노력으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고, 인간의 능력으로만 세상을 살아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이천식천(以天食天)과 ‘동질적 기화’ ‘이질적 기화’라는 말로 가르치셨고, 이를 바탕으로 온 세상사람도 나와 형제자매요[人吾同胞], 이 세상만물이 모두 나와 한배에서 나온 동포이다[物吾同胞]라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상극과 상쟁 대신 상생과 조화가 이 세상에 충만하게 되리라고 예언하고, 당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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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월은 이러한 모든 말씀의 전거(典據)로 스승님인 수운 선생의 말씀을 인용하였습니다.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수운 선생에게 직접 들은 바이거나, 수운 선생의 말씀의 본지를 풀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하였습니다. 그러나 같은 비와 이슬을 먹고 뱀은 독을 만들어 내고, 복숭아나무는 복숭아 열매를 맺는바와 같이 해월의 입을 통해 나온 말들은 수운 선생의 말씀을 해월나무로 꽃피워낸 것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해월의 말씀은 “비와 이슬”처럼 우리의 몸을 통해 꽃으로 피어날 말씀들입니다. 또는 또다른 “비와 이슬”이 되어서, 스스로를 윤택하게 하고, 이웃을 윤택하게 하고, 이 세상을 윤택하게 할 복음(福音)이 된다. 일찍이 수운 선생은 “비와 이슬”이야말로 한울님 조화의 가장 근본적인 증좌(證左)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동경대전, 포덕문)
이 <해월신사법설>은 해월의 말씀이 “비와 이슬”로 자리매김 된 책이며, 동학의 고전으로서 널리 그리고 오랫동안 우리들의 마음과 삶을 윤택하게 해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