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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Jul 16. 2019

좀 모자란 선생

2018. 10. 4 (페이스북)

얼마 전 나온 급식 반찬 중 하나가 시금치 무침이었다. 수업 시간에 시금치를 영어로 알려줬더니 아이들이 말했다. “와, 시금치 요새 엄청 비싼데!” 나는 깜짝 놀라 시금치가 비싼 걸 어떻게 알았냐고 나도 몰랐다고 했다. 아이들은 배실배실 웃으며 모르는 내가 더 신기하다고 했다. 그 모습을 보니 예전 기억이 났다. 꽤 오래전이었는데 교실에서 한 학생이 구토를 했다. 남의 토사물을 처음 치워보는 상황이라, 안 그러려 했지만 걸레를 들고 자꾸 헛구역질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학생들. 조용히 걸레를 가지고 오더니 순식간에 다 치우는 게 아닌가.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하자 ‘뭐 이 정도를 가지고 그러냐’ 는 표정으로 돌아서 시크하게 피구를 하러 나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언..니..” 소리가 나올 뻔. 



좀 모자란 선생이어도 좋다. 완벽하고 싶은 집착이나 야망도 한때는 품어볼 필요가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랑시에르는 ‘무지한 스승’을 말했다. 난 그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마라, 선생이 무식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백의 힘, 여백이 만드는 관계, 여백으로 딛고 서는 힘 같은 것들을 자주 느낀다. 그래서 행운이라는 생각도 들고. 


오늘 바람이 진짜 시원하게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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