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4 (페이스북)
솔직함은 연애의 기본이다. 꾸며낸 모습으로 주고받은 사랑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지만 ‘솔직함’의 의미가 타인에게 감정을 함부로 배설하고, 상대를 장난감처럼 대한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상대가 떠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사랑은 끝난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머물고, 떠날 수도 있는 존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은 연인으로서 권위를 잃는다. 우리는 호구를 이용할 뿐 사랑하지 않는다. 교실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교사들이 꾸미지 않은 모습 그대로 학생들과 솔직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솔한 관계 속에서 애정과 신뢰가 쌓인다. 하지만 학생들과 적정한 거리를 두고 선을 그을 수 있어야 한다. 호구가 되면 연인으로서 권위가 무너지는 것처럼, 지나치게 허용적인 교사는 신뢰와 권위를 잃는다. 흔히 호구를 동정한다. 그러나 호구를 이용만 하는 사람도 행복하기 어렵다. 관계는 늘 상호적이다.
교육도 그 시작과 끝은 결국 ‘관계’이다. 관계는 사냥도 게임도 아니다. '연애 잘하는 법'과 같은 매뉴얼은 참고가 될 수 있지만, 맹신할 경우 오히려 시야를 좁히고 적응력을 잃게 하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교육이 제한된 방법론만을 의지해 걸을 수 없는 예측불가능한 길인 것과 같다.
‘Authority has been discarded by the adults, and this can mean only one thing: that the adults refuse to assume responsibility for the world into which they have brought the children.’ (Hannah Arendt’s 1954 essay ‘The Crisis in Edu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