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1 (페이스북)
같이 사는 분 직업은 교사가 아니다. 이 사람이 교사였다면 어땠을까 가끔 상상해보는데, 3일을 못 버티고 뛰쳐나왔을 것 같다. 나와 달리 말과 태도가 조리있고 단정하고 늘 침착한 사람인데 사실 (초등)교사는 논리적인 말과 사고보다, 반복해서 말하고 기다리는 끈기가 더 중요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 너무 논리정연하면 사는 게 힘들어지는 공간이 학교라는 생각도 자주 한다. 오늘 식탁에서 고기를 우적우적 씹으며 이렇게 말했다. “선생에게 가장 중요한 건 합리적인 사고와 논리력이 아니야. 내가 볼 때 선생은 정치를 잘해야 돼. 정치는 논리력으로 하는 게 아니잖아. 교실에서 말도 안되는 일이 얼마나 많이 벌어지는데. 거기서 며칠도 못 버틸걸?”
그런데 기름장을 휘젓다가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이 사람에게 자전거 타기를 배웠다. 20대 때 한 친구는 내게 자전거 타기를 가르치다가 한 시간만에 포기하고 ‘너는 안되겠어’라고 말했지만 훌륭한 교사가 되어 잘 살고 있다. 반면 이 사람은 일주일 동안 포기하지 않고 매일 자전거 타기를 가르쳤다. 단 한번도 화내지 않았다. 내가 아무래도 나는 안되겠다며 청승을 떨때도, 마침내 자전거 타기에 성공해서 환희에 찬 소리를 지를 때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옆에 있었고 그후로 단 한번도 “내 덕분에 네가 타게 되었지...” 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단 한번이라도 누군가에게 이런 역할을 해준적이 있던가, 확신이 서질 않는다.
선생하면 잘할 사람, 선생하면 못할 사람, 선생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뭐가 어쩌고 하는 말은 함부로 할게 아닌 것 같다. 까불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