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잡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희 Aug 18. 2021

글쓰기는 내 운명, 악플은 나의 힘

도피생활은 글렀다

예전에는 거의 글을 쓰지 않았었다. 2016년도 딴지일보 독자게시판에 글 한 편을 던졌고, 그게 기자 눈에 띄어 기사화되면서 얼떨결에 연재가 시작됐었다. '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 연재 초반에는 댓글 때문에 잠을 좀 설쳤다.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내 글에 교사들은 공감해주고(현장을 아니까), 일반인들은 비판할 거라 생각했는데(내 주위 사람들은 교사를 존중해줘서) 결과는 완전히 반대였다(나도 참 순진했다). 무례한 시비성 댓글들을 읽다가 암담해져 그만둘까, 싶기도 했었다. 한 5초 정도?ㅎ


그러다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  할 테면 해라, 내가 한번 보여줄게!' (나도  웃기는 인간이었다) 시작을  못해서 그렇지 발동이 걸리면 근성은 좋은 편이라 끝까지 갔고 결국 책이 나왔다. 그렇게  작은 글쓰기 인생이 시작됐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폰을 확인해보니 브런치에서 알람이 수십 개 와있다. 깜짝 놀라 확인해보니 이틀 전에 쓴 '수능 영어를 풀었다. 욕이 나왔다' 조회수가 3만 7천을 넘었고, 댓글도 브런치 치고는 많이 달려 있다. 오랜만에 비판성 댓글도 받았다. 순간 5년 전 플래시백이 팡팡 터졌다. 그때도 한동안 아침에 눈을 뜨면 댓글부터 읽느라 바빴다. 일상 공유 글만 쓰면 그럴 일이 없지만, 각 잡고 의견을 밝히면 반드시 이렇게 된다.


5 전에는 일군의 선생님들이 내가 선생을 사칭한다는 의혹을 제기해 어이가 없었다. 이번에는 어떤 분이 테솔에 대해  모르시는  같은데도 느닷없는 조롱을 한다. 본문에 나는 사설 학원이 아니라 대학원을 다녔고, 영어로 논문을 썼다고 분명히 밝혔었다. 무엇보다 어떤 면에서 그런 자격 요건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데, 이런 발언에 대응하다 나도 유치해질까  조금 두려워진다. 그래도 팩트체크 차 꾸역꾸역 댓글을 쓴다.  나는 A 대해 논하고 있는데, 갑자기  B 말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분도 있다(반드시 있다!). 내가 페이스북을 나온 이유는 많지만 귀찮은 상황들을 피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여기서도 이래야 하나, 한숨을 쉬다가 어쨌든 댓글 주신 다른 분들의 성의를 생각해 답변을 달았다.  


내 팔자다. 어딜 가든, 어디에 글을 쓰든 어쩔 수 없나 보다. 피곤하면 접으면 그만이고, 여력이 있다면 반동의 에너지로 이용하면 된다. 그러다 반동의 힘에 먹힐 위험도 있고, 균형 잡기란 항상 힘들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비밀 일기장에 혼자만 보는 글을 쓰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영화 "I'm Not There"에서 랭보 역을 맡은 벤 휘쇼가 말한 도피생활의 7가지 규칙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아무것도 창작하지 말라. 너의 창작물은 오해받을 것이다. 당신을 구속하고 따라다닐 것이다. 일생동안 영원히". 영화를 보다가 그 대사가 너무 와닿아서 뼈가 아팠었다. 오해받아 힘들다고 징징댈 생각은 없다. 내가 그 정도로 대단한 영향력의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그냥 동서고금을 막론해 사는 게 그런 건가 싶은 거지. 잡소리 그만하고 계속 쓰기나 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로의 성장 영화를 찍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