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

두고 보자 베니스

베니스, 2018. 8. 11

by 김현희

알긴 알겠다. 베니스는 분명 세계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도시이고 분명 나름의 매력이 있긴 한데. 개인적으로 무척 맘에 안 든다. 폐쇄공포증에 걸릴 것 같다. 사방이 물이라 숨이 턱 막힌다. 길은 또 왜 이리 복잡한가. 보통은 걷다보면 어떻게든 목적지를 찾을 수 있는데 여기는 걸핏하면 막다른 골목이다. 한번 맥을 잃으면 미로에 갇힌 쥐가 따로 없다. 베니스의 골목 골목마다 누군가의 고유한 오줌 냄새가 난다. 죽은 생선 냄새도 나고. 물가는 왜 이리 비싼지. 음식보다 물 값으로 바가지를 몇 번은 쓴 것 같다. 오늘 간 피자집은 정말 가관이었다. 계속 물만 마시다가 처음으로 스프라이트를 시켰는데 병 뚜껑 연지 한 3년은 된 것처럼 김이 완전히 빠진 미지근한 사이다를 갖다 주더니 5유로란다. 2.5 유로 짜리 아니었냐니까 작은 컵만 그렇단다. 나는 큰 컵에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아오. 그리고 피자는 피자는...제 작년에 학교 영어캠프때 애들이랑 만든 피자도 이거 보다는 맛있었다. 건축물들은 다른 도시들에 비해 전혀 볼품이 없고, 디즈니랜드에 온 것 마냥 사람은 너무 많다. 베니스 패스는 사지 않기를 잘 한 것 같지만 어쨌든 전반적으로 뭔가 속은 느낌이다.


지금 같은 양말을 이틀째 신고 있다. 내일은 엊그제 신었던 다른 양말을 뒤집어서 한 번 더 신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한다. 땀에 젖은 티셔츠들에도 의연하게 페브리즈를 뿌린다. 빨래방에 가야 할 시점인데, 왜인지 베니스에서는 뭘 해도 바가지를 쓰는 느낌이라 가기 싫다. 탈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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