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

빨래

베니스, 2018. 8. 12

by 김현희

집을 떠나 떠돌다 보면 지치고 짜증나는 날이 하루 쯤 찾아온다. 어제가 그랬던 모양. 오늘 결국 빨래방에 갔다. 거품과 함께 힘차게 돌아가는 더러운 옷가지들을 바라보는 건 언제나 시원하고 재밌다. 깨끗한 옷들을 개서 가방에 채워넣으니 기분이 한결 가뿐해 졌다. 괜스레 부리던 심술이 우스워지기고 했고. 하긴 여행 중 빨래하는 날은 늘 기분이 좋다. 게으름 피우며 충전하는 날이기도 하니까. 어제 베니스 욕을 한바탕 했지만 분명 아름다운 도시이다. 수상 버스를 타고 한참 돌아다녔다. 용서할 건 용서하고, 잊을 건 잊고. 오늘 밤에는 빈대가 물지 않기를 바라며 자야겠다. 내일은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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