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Sing' 수업 후기 (1)
영화 'Sing'을 소재로 영어 수업을 준비하면서 수업 주제곡으로 'I'm still standing'을 골랐다. 엘튼 존의 원곡이고,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 중 한 명인 고릴라 조니(태런 에저턴)가 부른다. 가사량이 많고 박자가 매우 빠른 곡으로, 가수가 되고 싶은 10대 소년 '조니'와 범죄 집단 두목인 아빠와의 갈등 상황의 변곡점에서 터져 나온다. 박력 있고 힘찬 가사와 영화 속의 뭉클하고 감동적인 장면이 멋지게 어우러지지만 쉽지 않은 노래다. 그러나 3주가량이 지나면 대다수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가사를 외워 부른다.
'와, 아이들이 이렇게 긴 노래를 외워 부르다니 영어 능력이 굉장히 향상되겠는걸?'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실제 수업 리뷰를 읽어보면 학부모님들도 그런 부분에 호의를 보냈다. 사실 나는 노래 암기를 통해 영어 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이전 글 '학생은 앵무새가 아니다'에서 밝혔다. 물론 기본 어휘와 곡의 대략적인 내용은 안내하고 있고 분명 읽기 능력 향상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소리 내서 가사를 읽고 부르니 파닉스(소리와 철자의 연결) 능력이 향상된다.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노래는 음악으로서 접근한다. 가사를 정확히 읽고 부를 수 있게 하는 것도 어디까지나 노래를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함이고, 가사의 의미를 세세하게 해석하는 활동은 하지 않는다. 노래 가사는 시와 같아서 자구 하나하나 해석을 하거나, 지나치게 자세히 번역하면 전체적인 의미와 감정이 왜곡되고 어색해진다.
해석과 번역은 의미 있고 필요한 활동이지만, 이것이 외국어 교육의 근본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서로 다른 언어임에도 단어들 간에는 등가성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은 착각이다. 우리는 언어 사이를 넘나들며 소통할 수 있을 뿐, 하나의 언어를 다른 언어로 완벽하게 번역할 수 없다. 굉장히 쉬운 표현들조차 그렇다. 예를 들어 'my mom'을 글자 그대로 '내 엄마'라고 번역할 수는 있지만 사실 한국인들은 '내 엄마' 보다는 '우리 엄마'라는 말을 압도적으로 많이 쓴다. 언어는 분절된 낱말의 합이 아니라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우주가 담긴 세계관이다. 그래서 언어 능력은 기능과 기술의 차원에만 머물지 않고, 최첨단 기술에도 불구하고 번역기를 사용한 번역에는 늘 한계가 있다. 외국어 교육은 학습자가 두 언어 간 완벽한 번역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더 가치로워지고, 우리는 그 과정에서 설렘과 겸허함을 동시에 느낀다.
영어 시간에 함께 노래를 부르는 활동은 어휘력 향상을 위한 수단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교실에서 스무 명 가량의 학생이 노래를 함께 부르면 처음에는 음정과 박자가 맞지 않은 건 물론이고 소리 자체에서 울퉁불퉁한 질감이 난다. 하지만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서로 호흡을 맞춰 나가고 결국 전체 학생들의 목소리가 조화롭게 얽힌다. 합창의 매력은 하나의 목소리 안에 개개인의 존재가 조화롭게 생동한다는 점이다. 즉 구체성과 총체성이 공존한다. 모든 크고 작은 사회의 존재 양식도 이와 같아야 한다. 공교육의 목표인 '시민을 기르는 교육'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이러한 소소한 수업 활동들 속에서 실현된다.
나는 영화 한 편으로 대략 6주 간 (18차시) 수업을 진행한다. 새로운 영화가 시작되면 학생들은 영화의 주제곡부터 익히기 시작하는데, 어린이용 동요가 아닌 일반 팝송들이라 익히는데 시간이 걸린다. 수업을 시작할 때마다 항상 노래를 부르며 이를 통해 물리적, 정서적 루틴을 형성한다. 노래 반주가 흐름과 동시에 학생들은 수업을 위한 준비물을 챙기고 책상을 정리하는 등 스스로 수업 준비를 한다. 또 학생들이 매 시간 수업을 시작할 때마다 노래를 부르면 시작과 동시에 교실 전체가 안정적으로 고양된 정서 상태에 이른다. 이 정서적 루틴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수업의 질과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사춘기에 진입한 6학년 학생들을 노래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교사인 내가 얼굴에 철판을 깔고 목청 높여 노래하는 것이다. 발표, 연극, 노래하기 등을 할 때도 교사가 소리와 동작을 적극적으로 시연하면 어지간한 초등학생들은 얼떨결에 수줍음을 털고 각자의 방식으로 참여하게 되는 듯하다. 나는 음악 전문가가 아니지만 컴퓨터에서 나오는 소리보다 내 목소리를 훨씬 많이 활용한다. 특히 가사량이 많고 박자가 복잡한 곡일 때 또박또박 가이드보컬 역할을 하면 학생들이 쉽게 곡과 가까워진다.
*나중에 추가할 내용 - 부분과 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