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Sing' 수업 후기(2), 언어가 폭력이 되지 않게
영화 'Sing'은 음악을 향한 열정으로 뭉친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펼치는 꿈의 무대를 그린다. 이번 수업은 인물의 대사와 행동을 통해 성격을 파악하는 활동을 중심으로 계획했다.
주요 표현들로는 동물명과 성격에 관련한 어휘들(confident, shy, caring, mean, lazy, rude 등), 악기나 음악 장르에 관한 표현들 (saxophone, electric guitar, piano, punk rock, jazz), 직업에 관련한 표현들(producer, assistant, stay-at-home mom, stagehand) 등으로 정리했다.
이러한 표현들을 실제 내 주위 사람들과 연결하는 활동, 대사를 읽고 누구의 대사인지 추측하고 이유를 말해보는 활동 등을 진행했다. 프로젝트 수업 막바지에는 배운 표현들로 Hot Seat 게임을 하고(친구들이 영어로 설명하는 어휘나 표현 맞추기), 영화에 관한 퀴즈도 풀었다. 패들렛에 각자의 영화 감상평도 짧게 올린다. 감상평을 쓸 때는 학생들에게 영어와 한글을 모두 허용해서 최대한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인물의 캐릭터와 성격에 관한 표현을 내 주변 사람들과 연결 지어 짧은 글쓰기 활동을 했다. 물론 이는 언어를 내 실제 생활과 연결시켜 소통과 상상의 매개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활동 중 우려스러운 지점이 발견됐다. 일단 rude 나 lazy처럼 다소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를 주변인 특히 반 친구들과 연결하는 경우다. 친구 사이의 관계나 맥락에 따라 한바탕 웃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상처 받는 학생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특히 주의를 줬다. 더 근본적으로는 짧은 어휘 몇 개로 한 사람을 정의하게 하는 활동에 내재한 근본적인 위험성이다. 결국 나는 학생들과 잠시 대화 시간을 가졌다.
"영화는 평균 100분이라는 시간적 제한, 오락성 등을 위해 일부러 캐릭터를 분명하게 설정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리고 나도 영어 '수업'을 위해서 영화 속 캐릭터들의 성격을 단 몇 줄로 요약했고요. 하지만 사실 사람은 그리 단순하지 않아서 누군가를 한 줄로 요약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기도 해요. 나만 해도 내 안에 여러 모습이 공존하거든요. 자신감 넘치는 것 같지만 수줍을 때도 많고, 다정하지만 까칠하기도 하고 복잡하죠. 생각해봐요. 여러분 자신도 그렇지 않아요?"
사실 언어는 근본적인 폭력성을 내재한다. 단순히 나쁜 말, 혐오 표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언어는 사물과 현상을 부분으로 나누고 총체성과 유기성을 파괴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다이아몬드'를 '다이아몬드'라고 명명하면서 이를 총체적 자연의 일부로부터 적출한다. 그리고 여기에 부와 권력, 영원함, 순수함 등의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사실 다이아몬드라는 광물은 이런 의미들과 아무런 본질적 연관성이 없다.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아이들은 누군가 자신을 'confident'라는 단어와 연결시키면 곧장 웃었고 'shy', 'caring' 등과 같은 단어와 연결 지어진 아이는 알 수 없는 표정을 했다. 어떤 말이든 누군가와 연결시킴과 동시에 그 사람의 총체성에는 균열이 간다. 또 그 말 자체는 그저 한 사람의 특징이지만 이미 사회적으로 여러 의미가 달라붙어 있다. 말이란 소통의 매개이지만 특정인의 정체성, 사회 구조, 상황과 맥락 등에 따라 누군가를 틀에 가두거나, 재단하는 도구로 쓰일 수도 있다.
우리는 어쩌면 영어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작은 돌을 건네고 있다. 우리 사회의 주류 교육계는 학생들에게 그 돌들을 주머니에 잘 넣어두었다가 재화와 정보, 문화자본을 축적해 사회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데 쓰는 '무기'로 활용하라고 권유했다. 실제 그 돌들은 누군가를 향한 돌팔매질에 쓰이는 돌, 인종과 성별, 계층의 벽을 쌓는데 쓰이는 돌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외국어 교육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최대한 많은 돌을 쥐어줄 것인가에 관한 방법론 이상의 비전과 청사진을 가져야 한다. 학생들이 손에 쥔 돌을 사람과 사람, 사회와 사회를 잇는 징검다리를 놓는데 쓸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