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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Nov 27. 2022

'소와 외양간' 그리고 천사

5년 전 오늘 썼던 글

(2017. 11. 27.)


오늘 3학년 학생들과 ‘소와 외양간’ 놀이를 했다. 두 학생이 손을 마주 잡고 울타리를 만든다. 한 학생이 그 안으로 들어가 소가 된다. 내가 ‘소!’라고 외치면 소(역할을 하는 학생)들이 옮겨 다니며 다른 외양간으로 들어간다. ‘외양간!’이라 외치면 외양간(역할을 하는 학생)들이 다른 소들을 찾아다닌다. ‘소, 외양간!’이라 외치면 세 명이 해체되어 새로운 그룹을 만든다. (김양수 선생님의 ‘체육시간만들기’에서 배움) 아이들은 꺅꺅 소리를 지르며 몹시 즐거워했다. 그런데 활동 중간 갑자기 J 라는 남학생이 내게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 


“선생님, 그런데요. ‘소’인 친구가 다가오는데 외양간들이 얼굴을 이렇게 막 찌푸리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손을 꼭 잡고 그러면...그 친구는 너무 속상하겠네요?”


“아...음? 같은 사람이랑은 다시 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괜찮지...않을까요?”


“그래도 얼굴을 찌푸리고, 밀고 그러면...”


J는 놀이로 돌아갔다. 난 눈을 부릅뜨고 학생들을 바라봤다. 정말 그랬다. 평소 인기 없는 친구가 다가오면 무리 지은 아이들이 냉랭한 기운을 뿜어냈다. 몇몇 아이들은 늘 가장 늦게 무리 안으로 들어갔다. J 는 말투가 다정하고, 외모가 단정해 누구라도 같은 그룹이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내가 ‘소, 외양간!’이라고 외칠 때마다 J는 반드시 장애가 있는 학생, 특이한 체형으로 소외되는 아이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소!’를 외쳐야 하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아이들이 멀뚱멀뚱 나를 바라봤다.


“미안해요. 선생님 눈에 갑자기 뭐가 왕창 들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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