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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Apr 21. 2024

세월호 순직교사, 소방관, 의사자 기억식

2024. 04. 16. 대전국립현충원


우리는 세월호 참사로 순직한 열 분의 선생님들, 

다섯 분의 소방관들, 세 분의 의사자들 앞에서 

10번째 봄을 맞았습니다. 

그들은 강하고 굳센 공직자들이자 

자랑스러운 시민들이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제가 언제나 세월호 참사에 

깊은 관심과 애도를 표했던 것은 아닙니다. 

최소 몇 해간은 세월호 문제에 소원했고, 

기억하기를 게을리했습니다.

전교조 대전지부장이 되어서 가장 감사한 점 하나는 

제가 세월호 참사를 다시 기억하고, 

작은 역할이나마 수행하며

지난 시간의 빚을 갚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잊고 싶어서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기억할 기회조차 갖지 못합니다.


기억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서, 

제대로 이별하고 다시 시작하지 못해서 

10년 전 304명의 목숨을 잃고도, 

다시 158명의 목숨을 방치했습니다. 

각자의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서 '이제는 잊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기억하자, 함께하자, 라고 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부족한 인간인지라 그것이 얼마나 외로운 일인지 뒤늦게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작년 여름 수십만의 교사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서 외쳤습니다. 

‘가르치고 싶다!’ 

요즘은 가르치는 일이 정말로 쉽지 않습니다. 

권력은 자꾸만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갈라치려 합니다. 

교사와 보호자를 갈라치고, 

구성원 사이의 갈등도 점점 녹록치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르치고 싶다!’ 라는 

선생님들의 외침 속에서 

학생들을 위하는 선생님들의 마음, 무엇보다 

아이들 앞에 당당하고 싶은 선생님들의 진심을 봅니다.


10년 전 차가운 바다에서, 

제자들을 위해 목숨을 바친 우리 선생님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을 거라고 감히 상상해 봅니다. 

우리 소방관들과 선원 의사자들이 얼마나 간절히 

생명을 구하고 싶으셨을지 감히 상상해 봅니다. 

그 숭고한 희생과 사랑을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증오와 원망만으로 오늘을 허비하지는 않아야 합니다. 


2024년 10번째 봄을 맞은 이 자리에서 

전교조대전지부가 약속드립니다. 

다시 열번의 봄이 지나도 전교조대전지부는 

그리고 우리 선생님들은 

언제나 당신들과 함께 할것입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끝까지 함께 외치겠습니다. 

세상이 교사와 학생을

교사와 보호자를 갈라치려 해도, 

우리는 더 힘껏 아이들과 이웃들을 끌어안는 

교육인이 되겠습니다. 

그립고,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_전교조 대전지부장 추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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