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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이호재 선생님 추천사

by 김현희

[이상한(?) 전교조 교사, 김현희 선생님을 사무총장 후보로 추천하며]

_부산지부 이호재


김현희 선생님을 알게 된 것은 2017년 SNS를 통해서였습니다. 그때는 전교조가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란으로 이곳저곳에서 많은 뭇매를 맞고 있었고, 그로 인해 조합원의 탈퇴도 이어지고 있을 때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전교조에 발을 들인 김현희 선생님이 다른 단체의 전교조에 대한 비판에 논리 정연한 글로써 당당히 맞서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전교조 선배 교사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위안도 많이 받았습니다. 전교조 내부를 향해선 그 누구보다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면서도, 다른 사람이 전교조를 흔들려는 움직임에 대해선 과감하게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그녀는 이상한(?) 사람입니다.


2017년 어느 여름, 대전지부 사무실에서 김현희 선생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 당시 부산지부 초등위원장이었던 저는 전국초등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중에 문 앞에서 한 젊은 여자 선생님과 마주쳤습니다. 이상하게도 그분이 김현희 선생님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고, 일면식도 없던 저의 이름을 반갑게 불러주던 일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글로 만났을 땐 야무지고 도무지 빈틈이 없어 보이지만, 막상 만나보면 소탈하고 격이 없으며, 자신을 비워 곁을 내어줄 줄 아는 정말로 알 수 없는 사람입니다.


김현희 선생님이 만들어내는 모임이나 행사의 이름은 이상하다 못해 다소 기괴하기까지 합니다. 아무런 직책도 없었던 그녀의 제안에 30명이 넘는 일반 조합원들이 서울에 모여 전교조 현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했던 ‘정체 불명의 만남, 페북 게릴라 만남’, 서로의 망했던 교육활동 이야기를 나누는 ‘전국 교육 망실대회’, 대전지부 일반 조합원들을 논의와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 낸 ‘열린 광장, 열광’ 등 어디서 저런 기발한 상상력과 시선을 휘어잡는 엉뚱함이 나오는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


김현희 선생님이 가장 이상하다고 느꼈을 때는 2019년 전교조 페북 분회를 함께 만들어 운영해 보자고 제안했을 때입니다. ‘아니, 학교에 기반을 둔 분회가 아니라 페이스북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분회를 만든다고? 실제로 만들어진다고 해도 그게 제대로 운영되겠어?’ 마음 깊은 곳에선 이런저런 의구심이 들었지만, 학교 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1인 분회원들을 위한 소소한 대화의 장을 만들고 싶다는 김현희 선생님의 말에 이끌려, 페이스북을 하는 전교조 조합원들의 공간인 페북 분회 운영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운영 초기만 해도 느슨한 온라인 네트워크 이상의 모습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그녀의 기획과 준비는 치밀했고, 함께 논의해 결정된 사항을 실천으로 옮기는 일엔 거침이 없었습니다. 평등한 관계를 지향하기 위해 목요일만큼은 나이와 직급을 넘어 반말로만 대화해야 한다는 ‘반목일’의 파격적인 규칙도 분회장인 김현희 선생님의 제안으로 시작되었고, 조합원들의 무료한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시작된 동아리 모임은 온라인 공간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조합원들의 다양한 예술 역량을 교류하고 펼쳐나가는 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사소한 분회원의 요구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운영팀 회의를 거듭하여 최선의 해결 방법을 도출해 내는 그녀의 집요함(?)은 오랫동안 지회 집행부로 생활해 온 저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되었습니다. 김현희 선생님이 분회장이었던 기간 동안, 페이스북 분회는 500여명의 조합원들이 모인 전교조 역사상(?) 최대 분회로 성장하였고, 코로나 시절 따뜻한 만남을 갈구하던 조합원들의 진지한 토론의 광장이자, 유쾌한 놀이터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런, 이상한(?) 전교조 교사인 김현희 선생님이 2년 전, 전교조 대전지부장에 당선되더니, 올해는 본부 사무총장으로 출마한다고 합니다. 그녀는 특이하게도 저를 비롯한 전형적인 전교조 조직 활동가의 모습과 그 결이 완전히 다르고, 그 어떤 정파와도 긴밀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러하기에 오로지 대다수 조합원만을 바라보며 전교조 변혁을 이끌어 줄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입을 모아 전교조가 위기라고 말합니다. 그동안 관성적으로 반복해 오던 조직 운영 방식이나 변화에 미온적인 태도로는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타개해 나가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시선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거침없이 실천해 나가면서도 조합원들의 작은 요구에도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리더가 지금의 전교조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제가 이상한(?) 전교조 교사, 김현희 선생님을 사무총장 후보로 추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전교조 부산지부 초등북부지회 화명초 분회 이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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