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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Dec 21. 2019

전문직?


친구 사례다. 운동센터에서 같이 운동하는 분들이 직업을 묻길래 초등교사라고 답했더니 일제히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어머, 세련되셔서 전혀 그렇게 생각 안했어요. 의사나 연구원처럼 전문직인 줄 알았어요~”.....  

나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예전에 학부모들 강의에서 한 학부모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이런 데 있기 아까우니 전문직으로 가세요~” 모두 딴에는 칭찬으로 한 말이었겠지만 듣는 입장에서 총체적으로 기분이 더러웠다.


내 경우 외부 사람들이 교직을 전문직으로 인정하는지 여부는 둘째 문제다. 교사가 전문직노동자라는 내 생각과 당위를 뒷받침할 경험적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분이 더 더럽다. 물론 교사 전문성을 주제로 한 좋은 논문이나 책은 많지만 내 현실과 연결되는 지점을 찾기 어렵다. 학교에서 '교육'을 주제로 진솔한 대화를 해 본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회의는 몽땅 '학부모 민원 방지 대책'과 '행정 업무 처리 방법'을 주제로 흘러간다. 아이스크림이나 교과서 씨디만 주로 활용하는 선배 교사가 내가 만든 학습자료를 보고 ‘어머, 일오교육과정은 흥미와 재미가 핵심이야. 이렇게 단어 수준이 높으면 안돼’ 라고 가르치려 들 때 못된 줄 알지만 솔직히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뭐라는 거야 이 아줌마가..'


정권이 바뀌면 주력 교육사업이 바뀌고, 출처가 불분명한 상담 자격증 따위로 전문가 행세하며 동료 교사와 학생들에게 개소리하는 교사를 봤을 때도 학교야말로 온갖 사짜들이 판치기 좋은 곳이란 생각을 했다. 학교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빛의 속도로 병가와 연가를 쓰고 사라지는 학교의 소위 어른들을 보며 '철밥통'과 '교육 전문가' 사이의 행간으로 파도처럼 밀려오는 회의를 나는 어쩌지 못했다. 갈 길이 멀다.


사진 : A small coastal freighter plying its way through a placid sea at sunset. Photo by Commander John Bortniak, NOAA Corps (ret). NOAA Photo 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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