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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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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6. 12.

by 김현희

”얼마 전에 △△가 ’선생님 저도 두드림 교실(기초학력 향상 프로그램) 해도 돼요?‘라고 했을 때 선생님이 ’그래 같이 하자‘라고 했던 이유가 뭐였을 것 같아요?“


”음... 사람이 없어서?“


”아니요. 우리 반이 가장 많아요. 압도적으로.“


”헉“


”선생님 입장에선 사실 사람 수가 적어야 운영하기 좋죠. 추가 학생 생기면 문서도 다시 만들고, 교재도 추가 구입해야 하고, 개별 지도도 어려워요. 그래도 △△이가 공부하고 싶어 하는데 사람 많아서 안된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 반 학생을 아끼니까. 조금이라도 더 수학에 흥미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에.“


”네...“


”△△이는 두드림교실 애들이 뽀로로주스 먹는 거 보고 신청했다고 했잖아? 뽀로로주스가 좋아서 공부하는 이유가 95%이고, 수학 공부하고 싶은 이유가 5%라도... 흔쾌히 받아준 선생님 그리고 다른 친구들 생각해서 조금만 더 성실하게 참여해 주면 어떨까? 매번 선생님이 ’들어와라, 책 펴라, 툴툴거리지 좀 말자‘ 말하면 수업 분위기도 쳐지고. 본인이 하겠다고 해놓고 매번 이런 상황 벌어지면 선생님도 마음이 좋지 않아요. 선생님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에요.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도 있지만, 서운하고 짜증나고 억울한 감정 같은 것들도 똑같이 느끼는.“


”...“


”그럼 이제 뽀로로주스 비중을 90%, 수학 공부에 대한 마음을 10% 정도로 올려 볼까?“


가방을 메고 특유의 건들건들한 몸놀림으로 안절부절못하던 △△이.


”선생님 저 이제.... 저 이제...“


”음?“


”저 이제... 50퍼센트....“


그리고 후다닥 교실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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