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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교육

급식, 깐쇼새우, 가장 필요한 교육(6월 25일)

by 김현희

급식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이들 몇몇이 깐쇼새우를 손으로 던지고 입으로 받아먹으며 놀고 있었다. 몇몇의 신고를 받은 내가 사나운 눈빛 레이저를 쏘자 멈추긴 했지만, 던지다가 떨어진 깐쇼새우 소스는 바닥에 남았고 장난친 아이 중 누구도 닦지 않았다. 평소 아이들에게 음식 준비부터 청소까지 급식 노동의 수고로움을 자주 언급하는 편이다. 이를 악물었다. ’교실 가서 보자‘(부글부글).


교실로 가려는데 이번엔 영양선생님 주변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 학교 영양선생님은 배식 후 음식이 남으면 통을 들고 다니며 원하는 아이들에게 음식을 더 나눠주신다. 안 해도 그만인 일을 학생들을 위해 하고 계시니, 언제나 감사 인사를 드리라고 신신당부하곤 했다. 이 날 선생님은 깐쇼새우를 나눠주고 계셨는데 식판을 이미 반납대에 던져버린 아이들이 새우를 손에 달라고 조르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은 ’앞에 가서 숟가락이라도 가져와. 그 위에 줄게‘라며 쩔쩔매고 계셨고, 아이들은 ’아 그냥 주세요!‘라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었다. 보다 못한 내가 버럭 외쳤다. ”영양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해!“ 그러자 아이들은 ’에이 안 먹어~‘라고 말하며 나가 버렸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사회정서교육'으로 자아존중감, 공감능력과 감정조절 능력 등을 길러주라고 난리다. 물론 감정 조절 능력과 관계 형성 능력을 길러주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볼 때 현재 공교육 기관인 학교에서 가장 필요한 건 질서교육, 기본생활습관 교육, 예의교육 등이다. 많은 아이들이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할 줄 모른다. 매사 서로 감시하고 이르기 바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사고가 터지는데 아이들 말이 언제나 엇갈린다.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고 우기며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습관이 되고 있다.


일이 벌어질 때마다 매번 ’아니 이런 것까지 이르고 신고를 하나? 이정도 일을 12세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나?‘ 싶은 의문 속에 사건을 정리한다. 엊그제도 갈등 상황 교통 정리를 하고 있는데 우리 반 아이들 몇몇이 갑자기 ”와 선생님처럼 판단 잘하는 사람 태어나서 처음 본다. 판사 같다!“라고 외쳤다. 너무 답답했던 나는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말았다. ”여러분! 문제란 원래 이렇게 해결하는 거예요! 언제나 사실 관계 먼저 파악하고, 공동체 규칙에 비추어 행동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마음과 감정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문제 해결의 첫 번째 기준이 될 수 없어요! 누가 가장 상처받았는지, 누가 가장 속상한지, 누가 사과해야 하는지 따위를 가리는 게임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 ㅠㅠ 할 말은 많지만 다음 달 칼럼에서 써야겠다. 오늘의 복장 터지는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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