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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교육

콩나물 시루에 물 주기

by 김현희

아침 활동 시간. 수업 준비를 하는데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뭐지? 싶어 고개를 들어보니 아이들이 조용히 과제를 하고 심지어 귓속말로 대화하는 것이 아닌가! 3월부터 혀가 닳도록 이야기했었다. 아침 독서 시간의 교실은 공공도서관과 마찬가지이니 각자 할 일을 하고, 꼭 필요한 말은 속삭이듯 작게 말해야 한다고. 아무리 지도해도 금세 까먹는 아이들이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여러분, 왜 이래요? 작은 소리로 말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구나. 드디어 선생님의 요청에 응하기로 한 건가 으하하하하!”


내가 기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외치자 아이들은 도리어 ‘왜 저러지? 당연한 거 아닌가’라는 얼굴로 멀뚱멀뚱 날 바라봤다. 누가 보면 언제나 조용했는 줄 알겠다;;


얼마 전 이 모 선생과 대화를 나누며 가르치는 일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다고 한탄을 했었다. 이선생님은 말했다. “그래서 콩나물 키우는 것 같다고 하잖아요. 물 줄 때 보면 밑으로 다 빠져나가는 것 같은데 그래도 어느샌가 자라 있다고.”


고학년 학생들이 아침 활동 20분을 조용히 해냈다고 이렇게 감격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ㅎㅎ그래도 기쁘다. 메모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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