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아프지 않으면 되었지 뭐
딸은 아빠를 닮고 싶어 한다.
막냉이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지만 사실 나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딸이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픈 딸이다. (사람은 눈에 넣으면 안 된다.)
내가 운동을 좋아해서 자녀들이 다 운동을 잘하고 좋아하기를 바랐지만 딸은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딸과 함께 배드민턴을 치며 땀 흘리며 하하하 웃는 싱그러운 미래를 꿈꿔 봤지만 진작부터 글러먹은 듯싶다.
하지만 이런 딸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미술적 조예가 있다는 점이다. 엄청 천재적이거나 그렇진 않지만 나름 예술가로서의 개똥철학을 가지고 있어 종종 이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뿌듯함을 느낀다.
나는 미술과 디자인을 독학을 했고 내가 만든 포트폴리오로 디자인 회사에 입사했다. 여건이 안 되기도 했지만 그냥 혼자서 고민하고 철학을 세우는 것을 좋아했기에 그렇게 했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던가? 딸 역시 이런 나를 닮았다. 가능성이 보이기에 미술 학원을 보내준다고 해도 그건 싫다고 고집을 피운다. (역시 내 딸이다. 아티스트는 고집이 있어야 한다.) 그냥 혼자서 자신의 길을 가 보고 싶다고 한다.
아직은 어리지만 난 이런 딸을 응원하고 존중하고 있다.
다만 어린 딸에게 이 길을 먼저 가본 아빠로서 딱 하나의 조언을 해 주자면 이런 말을 남기고 싶다.
"방 좀 치워."
귀신 나오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