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꽃 피우고 싶어
날개 돋은 기쁨의 기운이
어린 시절 어두운 심연 너머로
널 실어 가던 때가 있었지
이제 상상을 초월한 거대한 다리를 만들어
그 아치를 타고 네 삶을 훌쩍 건너라. (중략)
당신이 가진 힘을 가져다 널리 펼쳐라.
두 모순 사이의 골을 메울 수 있을 때까지...
신은 당신 속에서 자신을 보고 싶어 하니까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누구의 감정이지?
엉키지 않고 삼켜지지 않게
바꿀 수 없는 타인의 감정과
통제할 수 없이 일어나는 상황에
에너지 빼앗기지 않으려 애쓰며
생각과 감정의 주체 구분해서 바라보고
나의 감정과 생각 사이 공간도 만들어
진실과 아닌 것 분리하는 연습 중이지만
상대가 불편할까 염려되고
거절하면 나쁜 사람 같다 느끼고
갈등이 생기면 안절부절 중재하려 하고
가까운 사람들의 불안과
부정적 감정에 흔들린다.
누군가의 도전과 성장에 멋지다!
진심으로 감탄하며 응원하지만
그 마음과 별개로
경주가 아닌 완주임을 잘 알면서도
출발선 언저리만 맴도는
더딘 나를 못마땅해하며
다그치는 반응이 더 익숙하다.
강력하고 끈덕진 과도한 자기비판과
완벽주의의 덫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는 나를 보고 있으면
변덕스런 어른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갈 곳 잃은 아이같아 안쓰러워
안전한 자리에 앉히고
온기를 쥐어주고 싶다.
난데없이 파고드는 불쾌한 감정들을
충실히 그대로 느끼며
도망치지 않고 쫓아내지도 싸우지도 않고
판단과 고치려 할 마음 없이
그 자리 떠나지 않을 때
새로운 해석과 지혜를 들려주며
자신에게 완전히 속하는 법을 알아가고
사랑으로 통합하고 치유하는 힘이
내게 있음을 경험하게 될테니
자리를 지키려한다.
덕분에 존재의 핵심에 있는 것을
꽃 피우고픈 자연스럽고도 신성한 욕구
숨겨져 있는 더 깊은 진짜 갈망
원하면 안된다 내 것은 아닐 수도 있다며
멀리 밀어두었던 욕구들을 인정하는 중이다.
조건없이 온전히 힘껏 쉴 새 없이
사랑하신다 고백하시는
날마다 한결같은 그분의 초대 앞에
선뜻 달려나가 안기지 못하도록
막는 이가 나였음을
내가 정말 그래도 될까?
덜컥덜컥 겁이나 애써 모른 척하며
스스로 허락하지 않음으로
자신을 소외시키고 있음을
(나를 절뚝이게 하는 이 가엾은 무망無望함은 진짜 어디서 왔는가? )
나로 살지 못하도록 내가 얼마나 자주 협력해왔는지
아프게 알아가고 있다.
충족되지 않은 욕구 생각하며
충분히 애도하고
타고난 형상으로 돌아가
본래의 표정을 되찾고
나의 고유한 울림을 들으며
찾은 나의 자리에서 존재의 꽃을 피워
쓰임(그분이 드러나길)받고 싶은 마음이
내게 있을 뿐 아니라 이렇게나 가득한데
삶의 모든 시기 고유한 빛깔을 재료 삼아
각자의 질서로 자기 궤도를 도는
매일 매순간 변화하는 빛의 리듬으로
때에 맞게 자연스럽게 피어나도록
굽이굽이 숨어서 떨고 있는
고집스러운 나를 만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흐름도
담담히 지켜보며
정직하게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 앞에
무릎을 당겨 더 가까이 마주 앉을
준비되었는가
쉽게 떠오르진 않지만
하고 싶었던 일들 하나 둘 씩
쓸데없고 아주 소소하더라도
함께 시시덕거리며
조금은 낯설고 어색하지만 계속해서
손 내밀어 나 자신과 먼저 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