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다비 May 04. 2024

부부끼리는 손 잡고 돌어댕기는거 아니야


이곳으로 온 뒤로 남편과 점심데이트를 종종 즐긴다.


주변 생활권이 편리해서 어르신들이 많이 사신다는 어느 아파트 단지 인근의 초밥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봄이 온 것 같더니 돌연 바람이 많이 불던 날이었다. 따끈한 우동국물을 마시고 메뉴를 기다리는데, 나이 많으신 부부가 손을 꼬옥 잡고 들어오셨다. 바람에 휘날린 서로의 머리를 매만져주며, 각자 쓰고 오신 모자를 벗어 곱게 포개어 놓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당신 뭐 먹을래를 먼저 물으시고,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는 동안 오늘 산책하면서 본 것들에 대해 조근조근 담소를 나누시는 음성이 듣기가 좋았다.


기다리는 동안 우리 부부가 주문한 메뉴도 나왔다. 나는 남편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대화에 공백이 생길 때면 그 노부부에게 눈길이 자꾸만 갔다.

음식이 나오자 두 분은 서로의 수저를 챙겨주시고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물도 따르고 냅킨도 놓아주며 서로를 끊임없이 챙기고 계셨다.

"여보 뒷테이블에 나이 많은 부부가 앉으셨는데, 산책하고 들어오신 것 같아. 정말 보기가 좋다. 우리도 나중에 저렇게 나이 들자."




우리 나이또래 부부가 서로 다정하게 손을 잡고 다니는 일은 흔치 않다며, 그러니 우리가 이렇게 평일 낮에 팔짱 끼고 손잡고 다니면 아무도 우리를 부부로 보지 않고, 오피스와이프 같은 걸로 사람들이 오해할 거라며 부부로 보이려면 애매한 거리를 유지하자고 각기 속도대로 걸었던 우리 부부.


누가 오해 좀 하면 어때. 인생 어차피 다 자기 좋은 맛에 사는 거야.


사실 나는 아직도 남편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다.

그날도 나름의 점심 <데이트>라고, 봄내음 풍기는 주름원피스를 입었다가 치마 사이로 불어 들어오는 바람의 냉기 때문에 호달달 떨었다. 그런데 예쁘게 입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다정한 태도와 예쁜 표정이 아닐까, 생각을 한 점심이었다.




#초밥 #맛있다 #너랑 먹어서 더 맛나 #뭔들









즐겁게 읽으셨다면 하트로 공감을 표현해주세요 :)
매거진의 이전글 주차를하고 그위에 또 대도 돼? 읍내의 이중주차 플렉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