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선 50킬로 거리를 두 시간을 꼬박 걸려 가고, 5킬로 거리도 시내 길이면 30분을 걸려 가기도 일쑤인데, 여기선 무조건 거리 킬로수는 분이었다. 100킬로 떨어진 곳이면 100분, 15킬로를 가야 하면 15분을 잡으면 된다는 식으로 이해하면 쉽다.
주말이어도 공휴일에도 명절에도 동네길과 국도 상황은 큰 변화 없다.
엄청나게 좋았다!!
놀이동산을 가면, 어느 곳에 줄을 서든지 다음번에 태워줬다. 대박.!
바이킹 천 번 타도 돼 ㅋㅋㅋㅋㅋㅋ
체력만 받쳐주면, 롤러코스터 9951번 타도 되었다.
물론 티 EX보다는야 덜 짜릿하지만 그 어떤 놀이기구 앞에서도 20분 이상 기다리지 않고 탄다는 건 정말, 그것이야말로 짜릿했다.
어디서나 주차가 쉽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읍내에는 아무래도 차들이 있게 마련인데, 별달리 주차타워라든가 그런 건 없었다.
그런데 그 해결책이 참 쇼킹했다. 인도 옆에 갓길 따라서 한 줄로 평행주차를 하는데 인도에 완전 나란히 대지는 않고 보통 어슷하게 댄다. 휴게소에서 차를 대는 것처럼 댄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대면 제일 바깥 차선을 침범하게 되는데, 차선이 하나 줄어들어도 교통체증이 생기지 않는다.
하이라이트는 이제부터다. 어슷 주차가 한 줄이 다 대서 공간이 모자라게 되면, 그 뒤에 또 댄다!!
그럼 앞에 댄 차 나갈 땐?
주변에 찾아보면 차주가 있다. 읍내라고는 하지만 고층건물이 있는 건 아니라, 거기다 차 대놓고 갈 만한 데가 다 빤하기 때문에 조금 부르면 찾을 수가 있다.
그리고 다들 기가 막힌 공간감각으로 사방을 느슨한 어슷 주차로 대다 보니까, 뒷줄에 차가 있어도 엉디를 어떻게 요로콤조로콤 하면서 출차가 가능하다.
적당히 모여 서서 바람을 서로 막아주는 펭귄들, 합리적인 간격으로 모여 서로 찌르지 않으며 친교를 유지하는 고슴도치들 같았다.
이 동네 분들은 코너나 횡단보도 몇 미터 이내 주차금지 같은 규칙도 없이 사시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냥 아무 때나 길로 나와도 차들이 다 섰다. 보행자가 나오든 차가 나오든 같았다. 어슷 주차를 하면 차를 뺄 때 도로의 흐름을 막으면서 나오게 되는데, 차를 뺀다고 어데 내가 주행하는데 감히 엉디를 디밀고 나오느냐고 경적을 들은 적이 없다. 모두가 충분히 서행을 했다. 과연 양반의 도시 다웠다. 그렇게 바쁘면 어제 왔어야지 라는 상식이 통하는 동네-
쌩 하니 지나가는 차가 있으면 다들 저놈은 누구여 하는 눈빛으로 그 차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바쁜갑지, 하며 자기만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 여유로움이 정말 좋았다.
밤늦게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어, 읍내 한 중앙에 살았음에도 밤엔 귀뚜라미 소리가 들렸다. 마치 우리 집 자체가 캠핑장이 된 듯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고, 스트레스가 극심하여 안대와 귀마개를 끼고도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핸드폰 충전기에 전기 도는 소리까지 듣던 내게 시골의 삶은 회복을 주었다.
#우리 여태 왜 도시에서 산 거야
#시골 너무 좋다
#남편과 자주 나눴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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