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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다비 Oct 16. 2023

바람 많은 제주에 살려면 옷장에 이것 필수

[제주도] 히드라도 아닌데 뜻하지 않게 모자콜렉터

나는 사실 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머리의 볼륨이 폭삭 내려앉는 게 싫기 때문이다. 아침에 모자를 쓰고 외출하면 중간에 벗을 수가 없잖아. 머리가 눌린 내 모습은 너무 숭하단 말이다.

낮에 햇빛 쨍해지면 써야지 하고 모자를 들고나간 날에는 '지금 쓰면 될까? 이제 다신 못 벗는데?' 타이밍을 고민하다 그만 해가 떨어지고 만다.

모자를 쓰고 식사를 하면 음식을 씹을 때마다 관자놀이가 올록볼록 하면서 모자에 닿는데, 그 느낌도 엄청 거슬리고 불편하다.


보통은 한여름에 쓸 챙 넓은 모자 한 개만 가지고 산다.


그런데 제주에서 살다 보니, 모자를 옷장 가득 가지게 되었다. 바람이 오지게 불어서 휘날리는 머리 때문에 앞이 보이질 않는 거야. 이건 헤어스타일이 길고 짧고의 문제가 아니더라고.


날씨 좋은 날엔 외돌개 같은 데서 도시락 까먹고 차도 한잔 마시며 있고 싶은데, 머리가 휘날려싼께 통 정신이 사나워서 얼른 집에 가고 싶은 거야.

그렇다 보니 언젠가부터 옷가게를 갔다가 예쁜 모자가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자꾸 사게 됐다. 모자를 쓰고 나가면 햇살 쨍한 제주에서 눈도 덜 부시고 머리카락도 잡아주니 여러모로 지내기가 편했다.



깔롱쟁이들만 소화할 수 있는 이런 모자, 보기보다 가볍고, 폭신해서 머리도 쬐지 않고 최고에요!



제주 사는 동안 모자는 사계절 내내 유용했지만 특히 겨울엔 필수품에 가까울 정도로 요긴했다. 바람에 빼앗기는 체온이 상당했고, 모자는 시야확보와 체온유지를 동시에 가능케 했다.

추위를 타는 나는 털이 복숭북숭한 모자를 탑동 어드메 옷가게에서 장만했고, 신이 나서 쓰고 다녔다.

북청개장수냐고 놀림받았지만 그건 이 모자를 안 써본 자들이 뭘 모르고 하는 소리일 뿐.


제주생활을 정리할 때, 평소에 모자를 잘 쓰시는 분들께 모두 나누어드리고 떠나왔다.

내 형형색색의 모자들, 오겡끼데스까ㅡ





#밥 먹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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