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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다비 Oct 15. 2023

너, 공기가 달다는 게 뭔지 알아?

[전라도] 국립공원클라스

리 동네는 국립공원 산자락이 감싸고도는 가운데에 있는 동네다. 처음 이사 온 후에 가장 피부로 와닿았던 우리 동네의 특징은, 공기의 맛이다!

이른 아침 공기가 얼마나 상쾌하고 청량한 지, <달다>는 표현 밖에는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다.


산 초입을 조금 지나면 '날개가 돋아 승천할 듯이 아름답다'는 이름이 붙은 정자가 들어앉은 호수가 있는데, 입수금지다. 물에 들어가는 자에게는 벌금을 물리겠다고 경고를 크게 붙여놓았다.


정자 위에서 내려다보기에 물도 깊지 않아 야트막하고 잔잔히 흘러가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하, 그냥 벌금 내고 함 들어가?!' 하는 유혹이 만날 들곤 한다.


우리가 동네로 이사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들 "어머, 거기 단풍 유명한 데 아니야~ 가을에 단풍구경 가야겠다~"했다.

'뭔, 거기서 여기가 거리가 어딘데 단풍구경을 여까정 온다는 거여. 서울엔 단풍 없간이.'

나는 속으로 피식했다.


그리고 첫 가을이 왔다.

동네니까 거의 매주 아이들을 데리고 드라이브도 하고 조각공원에서 산책도 하며 단풍이 익어가는 걸 구경해 왔다. 그날 아침도 '아, 이번주는 이제 진짜 예쁘겠다, 히히' 생각하며 아이들을 태우고 드라이브를 나서려는데...

이상하게 산 쪽 길 방향만 길이 많이 막혔다.

'엥? 사고 났나?'

서울촌놈인 나는 이 사태의 원인을 산에 들어가 보고서야 비로소 알았다. 온 산에 이미 새벽부터 단풍구경객을 실어 나르는 버스가 즐비하게 들어차 있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던 그 향긋하고 상쾌한 피톤치드향이 온데간데없고 파전냄새로 가득했다는 점이다.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산을 내려오고 말았다.


주말이 지나고 평일에 다시 산을 찾았다.

특별히 케이블카를 탔다.

아아, 정말 탄성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움이었다.


국립공원은 우리 가족에게 계절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었고, 우리는 산 덕분에 행복했다.

그리고 그 뒤로 어떤 가을 을 봐도, '하~ 단풍 때깔이 이게 아니지~ 역시 우리 동네가 최고야' 하는 자부심이 든다.


국립공원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공기 맛이_ 좡놘아니야아

#기가맥혀

#한번잡솨봐

#모두에게 추천드리고싶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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