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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다비 Sep 26. 2023

나는 너보다 일찍 죽을 거야

홀로 남겨지는 두려움

내 맞은편 자리에는 난소암 어머님이 계셨다.

그 곁에는 풍채가 좋으신 아버님이  함께 셨다.

내가 커튼을 걷고 화장실에 가려고 나오면

커튼을 활짝 열고 누워계시던 어머님이랑 눈이 마주쳤고, 환한 미소를 나에게 보내주시던 분이었다.


나의 병동생활이 길어지게 되면서, 다른 네 자리 어머님들은 차츰 바뀌었지만 문가에 마주한 우리 둘은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하루하루 어머님에게서 생기가 옅어지는 것이

정신없는 내 눈에도 보였다.


처음엔 식사를 하셨었는데

어느 날은 콧줄을 끼우시더니

그다음엔 잠이 많아지셨다.

그러더니 나를 알아보지 못하셨다.

그 뒤엔 아버님을 다른 이로 착각하셨다 알아보셨다 하셨다.


그리고 어느 날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 자리 침대가 나가고 없었다.

"여.. 여기 어머님 어디 가셨어요??!"

"1인실로 가신대요."


1인실 앞에 가보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가족들이었다.

코로나 초기로 병동수칙이 삼엄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도 저렇게 많은 외부인을 들여보내준 거라면....

나는 자리로 되돌아와서 슬픔에 잠겼다.

대화도 나누어 보지 않은 사람을, 내가 이렇게 사랑하게 될 줄 몰랐다.


화장실에 갈 때면 쓸쓸함이 더 밀려왔다.

헛헛한 마음을 달래려고 병동을 걸어 다녔다.

휴게실 한 구석에 아버님이 앉아계시다, 나를 보고 같이 앉자는 손짓을 하셨다.


"다비씨, 나 너무 겁이 나요.

내가 이래 덩치만 컸지,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천치거든. 우리 집사람이 은행도 가고 살림도 살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줬거든.

나는 마 씨름선수한다꼬 암것도 안 했어.

아들들은 다 독립해서 나갔고,

나 이제 집사람 없이 빈집에서 우예 살아야 될까 모르겠어요."


혼자 남겨진다는 두려움_

배우자를 먼저 보내고 뒤에 남는다는 게 얼만큼인지는 다 몰라도,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아주 조금은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친구들과 신나게 속엣얘기 다 하면서 놀아도,

해가 지고 집에 갈 때가 되면

다 자기 언니 동생 손 잡고 가버리고

외동인 나는 혼자 남는 것.

그때 들었던 감정

그것과 조금은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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