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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다비 Sep 26. 2023

그 해의 단풍놀이, 내 팔뚝에 새겼네

심부자궁내막증 수술 후기 (로봇수술 후 재수술)

교수님은 회진 때마다 "열심히 걷고~"라고 하셨지만

병실은커녕 침대 밖으로도 나갈 수가 없었다.

만성부종이 있고 살도 있어 굵기가 상당했던 내 하체는 스타킹 광고모델처럼 매끈한 실루엣이 되어 있었다.

이게 정말 내 허벅지가 맞나 싶어 손으로 가만히 만져보았다.




이번엔  시간여면 끝날 거라던 두 번째 수술은

앞선 수술보다 더 긴 여섯 시간이 조금 못 되어서야 끝이 났고

우리 가족 단톡방은 그야말로 폭발 일보직전이었다.

아직 해 지기 전에 들어간 애가 밤 열한 시가 되어서야 나왔으니, 가족들 심정이 오죽했을까 싶다.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우리는 병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간호사 집중치료실 한켠에서 밤을 보내게 되었다.

그곳엔 차마 보호자베드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너무 고단하고 긴장에 시달렸던 남편은

내가 마취에서 깨어나 한밤중이 된 시계를 확인하고

"OOO(교수이름) 나쁜 새끼"라고 욕하는 걸 듣고

'아, 이번엔 제대로 됐군' 마음을 놓고 잠이 들었다.


전신마취를 하는 동안 폐도 정지가 되기 때문에

수술이 끝나면 환자는 잠이 쏟아져도 절대 자면 안 되고

눈에 힘주고 호흡을 깊이 깊이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쭈그러졌던 폐를 빨리 펴주지 않으면 무기폐가 올 수도 있다고 한다.

바짝 마른 입술과 얼굴을 보호자가 물 묻힌 거즈로 좀 닦아주고 해야 하는데, 예상보다 너무나 길어진 수술 시간 탓에, 수술방 현황판 보며 기다리랴 가족단톡방에 폭주하는 질문들과 원성 관리하랴 이중으로 스트레스에 짓눌렸던 남편은 그만 뻗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들숨에 "OOO(교수 이름)"

날숨에 "나쁜 새끼"를 외우며 잠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러다 새벽 네시나 되었을까, 까무룩 잠이 든 내 얼굴을 누군가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었다.

'내가 죽어서 천사가 마중을 나오나?!!'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창가자리 어머님이셨다.

"아유~~~ 그러고 가서 왜 날이 바뀌도록 오지를 않는 거야~~~

내가 얼마나 걱정을 했다고~~~ 새댁이 안 와서 내가 도무지 잠이 와야 말이지. 그래 잠이 안 와서 복도를 걷다 보니, 아 여기서 익숙한 코소리가 나지 않아~? 그래서 들어와 보니 아유 아저씨가 여기 땅바닥에서 자고 있네~~~~"


아 하하하하하핰ㅋㅋㅋㅋㅋ 어디서나 존재감을 내뿜는 사랑스러운 내 신랑


장시간의 수술을 연거푸 두 차례나 온몸으로 감당해야 했던 나는

병동 산책을 나가기까지 수일이 더 소요됐고, 혈전방지제가 아침저녁으로 처방되었다.

이것은 뭔가 굉장한 것에 물린 것 같은 고통과 함께, 주사 놓은 자리마다 멍을 주는 엄청난 피하 주사다.





아직 여름의 기운이 남은 초가을에 들어가서

겨울의 문턱이 되어서야 간신히 병원 건물 밖으로 나온 나는_

양팔에 빼곡한 주사 자국과 테이프 자국,

시퍼렁부터 노르탱탱 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멍자국.. 그리고

7개의 포트자국과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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