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다비 Oct 10. 2023

미쿡 물 먹은 애들은 다 저런가?

신박한 그들만의 계산법

첫 번째 직장을 다닐 때의 일이다.


내가 입사한 뒤에 내 위에 연차인 Y선배가 입사했고,

그분은 나랑 나이 차이가 그리 많지도 않으셨는데 일머리가 매우 빠른 분이셨다.

'우와, 어떻게 저렇게 일사천리로 매끄럽게 잘하시지?'

'우와아~ 천잰가?'

속으로 감탄하며 Y선배를 따라가려고 무척 노력했다.


분명 이 프로젝트는 선배보다 내가 한참 전부터 진행하고 있었기에 뭔가 더 많이 알아야 될 거 같은데, Y선배가 "다비씨, 거는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이전 회의 때 뭐라고 하셨지요?" 물어보시면 어버버 하고 있을 뿐, 머리가 하얘지면서 아무 말이 안 나왔다.


일처리가 나보다 세 배는 빠른 것 같았다.

그분은 맡은 일을 다 못 끝내면 당연히 야근을 하셨고,

 여기는 알바가 아니고 직장이니까 당연히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어느 정도 일이 끝나퇴근하는 식으로 몇 달을 보냈다.


얼마가 지나, 미쿡 사무소에서 인턴십을 하다가 한국에 들어왔다는 A 씨가 새로 들어왔다.

당시 우리 사무실은 너무나 바빴고, 야근이 다반사였다.

그런데 A 씨는 늦게 퇴근을 하면 다음날 꼭 그만큼 늦게 출근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 오후 중턱에 출근한 적도 있었다.


어차피 사장도 아니고 책임질 사람도 아니니, 받은 만큼만 하면 되고 어제 늦게 퇴근한 만큼 오늘 늦게 출근해 버려?

엄청 신박한 논리였다.


A 씨는 일 하다 중간에 어딘가로 사라져서 수십 분이 지나서 들어오기도 일쑤였다. 담배도 피우지 않는 분이 어딜 다녀오신 건지 미스터리였다.


그리고 자기 앞으로 일이 쌓이면

한숨을 그-렇게 쉬었다.


자연히 Y선배와 내 앞으로 일감이 재배정되었고,

A 씨가 마감하지 않고 팽개치고 퇴근한 일은 대표님이 잔업을 하시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A 씨는 퇴사했다.

어느 날부터 나오지 않았는데, 스스로 관둔 건지 대표님이 개인적으로 만나서 컷 하신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가 나오지 않아도 사무실은 아무렇지도 않게 굴러갔고, 오히려 더 잘 굴러갔다.


세월이 흘러 또 다른 직장에서

미쿡에서 귀국하여 입사한 S 씨를 만났다.

분도 회의시간마다 한숨을 그-렇게 쉬신다.

자기 앞으로 일감이 오면 더더 들으란 듯이 한숨을 쉬어댄다.


으아니, 내 여태 몰랐소만. 미쿡은 단전호흡의 나라엿소?


어차피 서로 힘내서 나누어해야 할 일, 한숨 쉬고 기분 나쁜 티 낸다고 일이 줄어드나 생각해 본다.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불만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반동분자?가 있어서 세상은 변화해 올 수 있었을까 생각도 해본다.


그렇다면 이분은 여기 계실 분이 아니다.


세계인의 인권을 위해 유엔으로 보내 드려야 되는데, 안타깝네.





#시민혁명

#저항운동

#단전호흡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라이킷 버튼을 꾹 눌러주세요 :)
매거진의 이전글 명절날 친정 앞 놀이터에서 쭈그리고 잔 사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