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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다비 Oct 11. 2023

아픔에 대한 감수성

너와 나의 거리


우리는 언제 떠날지 몰라

그러니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해야지

그러니까 넌 대답 안 해도 돼

내가 말하는 거 듣기만 해


1년에 한 번 응급실 가면 특별한 한 해였다고 기억하는 나에게

분기에 한 번 응급실 가면 엄청 건강하게 한 계절을 보냈다고 하는 너의 이야기는

감당하기 힘들었어


생사의 경계에 자주 서봤던 너와

고작 스물두 살짜리였던 내가 어떻게 같은 깊이를 가질 수 있었겠어.


부모님의 애정표현을 적지 않게 받고 자랐는데도

의 수시로 무맥락 "사랑해!"는 참.. 어떻게 적응해야 될 것인가, 당시의 나에게는 연구주제였다.


아무 때나 하는 고백은 어색하다고 했을 때, 그는 말했다.

사랑한다는 말은 아무리 많이 해도 넘치는 게 아니라고.


새 생명의 탄생과 스러져가는 생명이 공존하던 산부인과 병동에서,

나의 시계도 유한할 뿐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나니

그의 말이 맞다는 걸 깨달았다.






독자님이 붙여주시는 하트는 제게 기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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