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도 오랜 기간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 같이 팀으로 짜여 극한의 환경에도 놓여보고 했었기 때문에 본격 사귐을 갖기 전에도 이 사람의 성품적인 측면은 어느 정도 확신이 있었다. 밝고 명랑하지만 가볍지 않은, 사랑스러운 사람이었고 그 기운을 주변에 비춰주는 따스한 사람이었다.
여러 상황에서 보여주는 말과 행동을 봐도 알 수 있지만 그 사람이 가진 배려심에 관해 단면적으로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는 건 밥을 먹을 때라고 생각한다.
음식 투정 부리는 사람은 또 이게 몸이 힘들고 지칠수록 그 까탈이 가히 살벌해지는 경향들이 많이 있더라고. 그런데 이 오빠는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다만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그의 젓가락질 실력이었다.
젓가락을 마치 연탄집게 잡듯이 한 손에 주먹으로 쥐고 식사를 했던가?
X자로 배배 꼬이면서 반찬을 집었던가?
마음이 그에게로 많이 기울어가려는 걸 느낀 순간, 갑자기 오빠가 젓가락질을 어떻게 했었지 하는 문제가 내게 너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그런데 옛날부터 그토록 숱하게 많은 끼니를 함께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 내 눈은 여태 뭘 보고 다녔던 건지, 그의 젓가락질 실력에 관해서는 기억이 잘 나질 않았다.
이번 일로 정식 데이트를 하기 전부터도, 항상 이 오빠랑 있으면 그룹 안에서의 만남이든 개인적인 자리든 즐거웠었다.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해도 말이 잘 통했다. 가끔은 다소 뻔한 수작을 부려도 유쾌하고 재미가 있었다.
되도 않는 헛소리 같은 말을 해도 자꾸만 홀리는 매력이 있었다.
데이트신청을 받고 남녀로 만나봐도
만날 때마다 너무 좋고, 시간이 다 어디로 날아가버린 것 같고, 다 좋은데.
이 오빠랑 더 관계를 발전해 나가려면 아무래도 오빠의 밥 먹는 모습을 꼭 각 잡고 살펴봐야 했다.
그날은 오빠가 헤이리에 무슨 멋진 음악카페가 있다며 드라이브 겸 거기서 데이트를 하자고 제안했다. 오케이. 그럼 내가 식사메뉴를 정하겠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