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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다비 Oct 30. 2023

이 정도면 결혼해도 되겠죠?

배우자를 선택하는 마음가짐

다비씨, 정말 그 사람이라서 좋은 건지, 나이가 지금이라서 결혼 생각을 하는 건지,
잘 생각해 봐.



내가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을 때, 그녀는 내게 말했다.

흔히들 말하는 결혼적령기에 만나진 사람이라서 결혼을 생각하는 건 아니냐고.


결혼결심은 어떨 때 하는 걸까?


재력 능력 외모 성품 유머감각 가족사항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수많은 명함들 중 어떤 점이 좋았을 때 결혼을 하면 행복한 결혼이라고, 과연 현명하게 잘 선택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사람(남편)은 참 좋은 사람이다.

유머러스했고, 재치가 있었다. 그러나 가볍지 않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 옛날, 철없던 시절에 만났을 때부터 그랬다.

함께 있으면 늘 웃음이 떠나질 않았고, 그의 앞에서 난 뜬금없이 울기도 잘 울었다. (, 아무 남자 앞에서나 우는 여자 아닙니다)

무엇보다, 귀여웠다!

어떤 대상이 귀여워 보이면 게임 끝난 거라고 하던데.

멋있으면서도 귀엽다니, 헤어날 수 없는 늪 같은 남자였다.


그래서 나는 일찌감치부터 그를 [좋은 사람] 폴더에 고이 저장해 두었다.

좋은 사람 폴더에 분류되는 사람은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이 사람은 너무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예의 있게 행동해야 한다. 특히 이성일 경우 절대로 사귀면 안 된다.!


그렇게, 마법으로 봉인해 둔 것처럼 고이 접어 

[좋은 사람] 카테고리에 넣어뒀었던 그가

갑자기 마음 밖으로 튀어나온 사건이 있었다.




한 날은 내가 꿈을 꾸었는데,

불현듯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으며 시작됐다.

"다비야! OO이가 죽었대! ㅁㅁ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른다니까, 너도 준비하고 그쪽으로 와. 나도 지금 가고 있어."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감정을 느꼈다.

끊어진 전화를 붙잡고 오열하며 내가 외친 말은

"아!! 이렇게 금방 떠나가버릴 줄 알았음 사귀어나 볼 걸!!!!"


실제로 눈물이 온 얼굴을 적시고, 내가 꺼이꺼이 통곡하는 소리에 부모님이 방으로 달려와 나를 깨우셨다.


그날 그 꿈으로 인해 나는 깊이깊이 숨겨둔 내 마음을 발견했지만, "오빠 제가요, 이런 꿈을 꿨그등요. 그러니까 우리 한 번 사귀어봐요."라고 전화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건 너무 모양 빠지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그가 내게 먼저 그런 뉘앙스의 연락을 해 오기를 바라는 수밖에. 그럼 짐짓 모른 체하며 넘어가줘야지 하며 기다렸다.


그때 우리는 연락이 끊어진 지 수년이 되었었는데,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기적처럼 갑자기 그에게서 연락이 왔고 나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와 몇 년 만에 다시 만난 날,

5년이 넘는 공백의 기간마저 즐거웠다.

부평에서 작전동까지 9센티가 넘는 하이힐을 신고 걸어가도 발이 아프지 않았다.

여기서 이만 헤어져야 한다는 게 너무나 아쉬웠다.



나는 그의 앞에서라면 투명해질 수 있었고, 투명해지고 싶었다.

그는 내가 다 말로 꺼내지 못한 마음까지 읽어주었다.

내 본질을 꿰뚫어버리는 그의 눈빛을 마주쳤을 때, 나는 전율했다.

이 오빠랑 함께라면 서울이든 시골이든 즐거울 것 같았다. 집이 없으면 우리 둘이 손으로 흙 빚어서 벽을 발라 집을 짓고 살아도 재밌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신이 가진 조건들이 달라져도, 나는 상관없을 것 같았다.

내가 너의 평생 팔로워가 되겠다고,

기꺼이 그러고 싶었다.




#이 정도면 결혼_ 해야겠죠

#어떻게 더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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