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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다비 Nov 06. 2023

어머니 그때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

(양조절은 화장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야)

우리 시어머니는 경상도 분이시다. 그리고 억양이 무척 세시다.

결혼하고 얼마 지나 어머님의 친정식구 총모임에 가던 날,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른다.


가서 얼마나 엄청난? 말들을 듣게 될까,

식구 수도 엄청난 대가족이라는데, 다 알아들을 수나 있을까 등등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대부분의 어머님 형제분들은 대구 부산 등의 경상권에 평생 살고 계셨는데도 억양이 험난하지 않으셨다. 우리 어머님은 처녀 때 상경하셔서 지금까지도 서울 송파구에 살고 계신데 억양이 어마 무지 하시다. 하하



어머님 아버님을 처음 뵈던 날이 생각난다.

아버님은 허스키한 목소리와 천천한 말투의 충청도 분이시고 얼굴이 갸름하게 작으시고 그 나이 분들에 비해 키가 크셨다. 어머님은 키가 작으시고 사투리를 조금 쓰시는 것 같았는데 나를 마음에 들어 하시는 건지 어쩐 건지 표정을 읽을 수가 없어서 많이 긴장이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부모님은 먼저 들어가시고 우리는 한숨 돌리려 카페로 가는데, 남자 친구(현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어찌나 크신지 수화기 너머로 다 들렸다. 아까완 달리 말씀도 엄청 많으셨다.

"야! 느이들 카페 간나? 아따 마, 다비가 너거 큰집에 OO형수보다 이쁘대! 다비네 부모님한테랑도 인사드리고 날짜 잡어! 아랏나!"


내용은 기쁨인데 말씀하시는 톤은 아주 급박하고 긴장된 상황 같은 느낌

마 빨리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은 느낌ㅋㅋㅋ



첫 아이를 낳고 몸조리가 끝나고 시댁에 놀러 갔을 때 있었던 일이다.

아기를 보여드리고 쉬고 있는데, 어머님 친구분께 전화가 왔다.

어머님이 주방으로 가셔서 조용히 전화를 받으셨는데

갑자기 아기가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도전적인? 말투는 이 아기 평생에 처음 들어보는 것이라 놀랐던 것 같다. 그때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주변을 살피더니 입을 삐죽거리면서 이내 앙 하고 울어버리던 표정이 아직도 생각나고 웃음 난다.



이처럼 어머님과 나 사이엔 억양만큼이나 다른 관점의 차이가 있었다.

어머님은 매 주말마다 우리가 놀러 오기를 원하셨고,

저녁도 먹고 갔으면 하셨다.

어쩌다 약속이 있다고 말씀드리면

"누구랑 만나? 어! 그럼 느이들 저녁 먹으러 안 온다고?! 어 알았어!"

하셨는데 나는 어머님이 화가 나신 것 같아 조마조마했다.

명절 때도 하루를 시댁에서 보냈으면 담날은 우리 집에 보내주셔야 하는데 자꾸만 "차 막히는데 밥 먹고 가!" 하셨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일 년 이 년이 지나니

차차 내 안에 불만이 쌓여갔고 '어머님은 자기 아들만 귀하고 보고 싶은 외아들이고 나도 무남독녀 외동딸인 점을 생각해주시지 않으시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느 날 꿈에서 내가 나이 들어 며느리를 보았다.

상냥하고 밝고 예쁜 그 아이와 있으면

나는 정말 즐거웠고, 함께 있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아가, 우리 OOO에 구경 갈래?"

"네~"

구경하고 사진 찍고,

"우리 목도 마르고 다리도 아프니 저기 가서 차 마실까?"

"네!"

이렇게 즐겁게 놀다가 헤어졌는데, 그날 아들부부는 집에 가서 싸웠다.

꿈 속이라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모든 걸 지켜본 나는 마음이 정말 너무너무 아팠다.

'내가 안 보내주려고 그런 건 아니었는데_

언제든 "어머니 저 이젠 가봐야 돼요"하면 바로 보내줄 수 있었는데_ 얘기를 하지_

나는 단지_ 너랑 있는 게 너무 행복하고 좋아서 그랬단다_

너도 나랑 같은 마음인 줄 알았어_'

라고, 며느리에게 내 애틋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꿈을 깨어 일어나니 기분이 멍 하기도 하고 묘했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우리 어머니도 나랑 있는 게 너무너무 즐겁고 좋으셔서

늘 그러셨을 수 있겠구나_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때부터 어머님이 하시는 게 유난이 아니고 사랑이라는 게

조금씩 내 마음에 전해지기 시작했다.







#어머님의 사랑

#여전히 양조절은 안되지만


#요령껏


양조절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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