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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다비 Jul 04. 2024

오늘 생일인데, 내 아들 미역국은 끓여줬니?

올해는 사다 먹으면 안 될까요

친한 언니들과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대화주제가 <시어머니 생신날>로 흘러갔다.


A언니가 말했다.

"나 저번 때 어머님 생신 때 아주버님네까지 다 우리 집으로 초대해서 상 차려 드렸잖아."

?


B언니가 응수했다.

"나도, 어머님 칠순 때 우리 집에서 플래카드랑 풍선 데코도 다 하고 당일 새벽에 수산시장에서 장 봐다가 상 차렸잖아. 갈비 같은 건 전날 해두었다 바로 덥혀서 올리고."

??


C언니가 대박이다.

"나는 투석 갔다 온 날인데도 어머님 생신상 차려드리고 싶어서 했어. 어머님이 좋아하셨어."

???!?


그러더니 빅마마 이혜정 선생님 같은 이 요리천재 언니들이, 각자 자기 휴대폰에서 시어머니 생신상에 올렸던 상차림 사진들을 찾아서 보여주는데, 키햐~ 이건 뭐 남도한정식집 저리 가라 할 만큼 기가 막힌 상차림들이다. 나도 초대받고 싶었다.



A, B, C 언니들이 한 마디씩 할 때마다 놀라 턱만 늘이던 내가 큰소리로 물었다.


"언니! 시어머니 생신에 맛있는 걸 대접해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직접 차리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저는 어머님을 사랑합니다.
가장 맛있는 것으로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전 남편 생일날 있었던 일이다.

남편 생일 나흘 전에 이사를 했는데, 무척 넓은 집에 살다 갑자기 좁은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어 살림이 다 수납이 안되니 온 거실과 집 앞에까지 차곡차곡 살림을 쌓아놓고 이삿짐센터 사람들이 자기들도 더 이상은 답이 없으니까 텨텨해버렸던 때였다. 그런데 시부모님께서 아들 생일이고 새로 이사한 집도 궁금하시다며 굳이 발 디딜 틈도 없는 집에 오셨었다. 


자기 이사가 결정된 터라 아쉬움에 눈물이 마를 새가 없이 이사를 알아봤고  한 달간을 식사를 거의 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성도들 앞에 사임인사하러 나간 내 모습이 갸름하고 청순해 보여서 고거 하나는 기뻤던) 이사 후로도 계속 식음을 전폐하며 짐 정리에만 몰입했음에도, 살림을 다 갈무리하지 못하고 어머님이 오신다는 그날이 밝았다. 이제까지 어머님은 늘 남편생일에 우리 집에 오셨었는데, 그때마다 미역국은 끓여줬는지 주방에 나와 있는 냄비마다 다 열어보셨다. 그리고는 외식을 했다.


그래서 내가 남편에게, "내가 뭐 생일음식을 열심히 준비해 봤자 당신은 바빠서 먹을 시간도 없고, 막상 식구들 당신 생일날 다 나가서 먹으니까 결국 버려지잖아!!"하고 화를 내기도 했다. 또 어떤 해에는 어머님이 가락시장에서 직접 미역과 소고기를 사서 손주 생일날에 맞춰 우리 집에 택배로 보내주시기도 했었다. 그리고 엄마가 오늘 미역국 끓여 주었느냐고 저녁에 아이에게 확인 전화를 하셨다.

(아, 저희 어머님은 아들이 생일날 잘 얻어먹었는지도 엄청 지켜보시지만 제 생일날에도 남편에게 다비 미역국은 끓여주었는지 꼭 확인하신답니다.) 


그래서 생일날 미역국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아침 모닝콜 알람이 울리자마자 남편에게 미역국 집이 여는 시간에 맞춰 어서 가서 미역국을 넉넉히 좀 포장해 오라고 피곤에 절어 다 잠겨버린 목소리로 부탁을 했다. 평소에 내 요리 간이 세지 않으니 식당 미역국에 물을 한 사발 더 넣어 삼삼하게 간을 낮췄다. 그리고는 포장용 그릇과 식당 포장지를 재빨리 모두 분리수거장에 내다 버리는 치밀함으로 준비를 했다. 그날은 우리 모두 새로 이사 온 동네라 어디가 분위기 좋고 맛있는 지도 잘 모르니, 드디어 시집온 지 십수 년 만에 내가 끓인 미역국(?)을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맛보게 되었다. 두근두근!


"어~ 우리 다비 미역국 진짜 잘 끓이네. 맛있다야~"

아버님이 제일 먼저 시식평을 하셨다.

요리사 어머님도, "그러게 제법 잘하네, 아유~" 하셨다.

문제는 이놈의 새깽이들 입방정이 문제.

얘들이 그런 말을 할 거라 예상조차 못 했기에, 미리 입단속을 못 시켰던 것이 완벽한 며느리의 딱 한 가지 실패였다.

"우와~ 엄마 어떻게 식당에서 파는 거랑 맛이 똑같애? 대박이다 엄마!!!"

제 딴에는 최고의 칭찬을 한 건데, 진짜로 식당에서 사 온 걸로 우리 집 냄비에 끓여서 상에 올린 걸 알고 있는 남편과 나는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천년 같은 3초가 흐르고, 내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엄마가 요리가 많이 늘었지? 다른 건 몰라도 미역국만큼은 자신 있다구~"

남편도 부랴부랴 한마디 거들었다.

"맞아, 늬엄마 미역국은 알아줘야 돼!! 진짜 맛있어!"



갑자기 식탁 공기가 무거워진 것 같은 건, 내 기분 탓이겠지?





#맛집을 알아내는 것도 능력

#실력이 없으면 사서 예쁘게 담는 노력이라도!



저 찻상도, 케이크도 다 직접 만들었었다구! 나 그렇게 날로 먹는 여자 아니라구우....



#어머님, 저 근데 진짜 항상

아범 생일미역국 손수 끓여줬어요

#그리고 저희는 생일 아니어도

미역국 엄청 자주 먹어요

#생일날은 평소에 못 먹어본 맛있는 거 먹고 싶다

#생일 공식처럼 미역국 너무 식상함



#미역국을 진짜로 제법 잘 끓이는 며느리의 사정


#내 최애 국이라구

#맛있쩡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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