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결혼을 할 때는 남편이 아직 목사안수를 받기 전이었고, 이는 교회에서 사택을 지원해주지 않음을 의미했다. 그래서 우린 전셋집을 얻어야 했다.
시댁은 송파. 친정은 부평. 엄마들은 각자 자기의 나와바리에서 집을 알아보기 시작하셨다. 송파와 부평의 집값 차이는 엄청났다. 가격이 세 배 가까이 차이가 남에도 송파에서 본 집은 20평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이제 막 가전과 가구를 보러 다니기 시작한 터라 그런지, 송파에서 어머님이 보여주시는 집들은 살림을 아직 넣기 전인데도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는 이 상태가 그냥 딱 좋았다.
반면 우리 엄마가 보여주는 집들은 최소 24평형 이상짜리들이었다. 훨씬 좋았다. 집 자체도 대개 신축들이 많아 깨끗하고 좋았고, 내가 살던 동네라서 좋았다. 여기에 집을 얻으면 나와 함께 자라 짱친인 사촌들도 퇴근길에 여전히 동네에서 소소하게 만날 수 있었다.
예비 시어머님이 보여주시는 집들은 좁기도 좁았지만 시댁과 가까워도 너무 가까웠다. 작은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였다. 같은 구 정도면 좋았을 텐데,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코 앞엣 집들만 보신건지... 베란다에서 내다보면 시댁집이 보일 지경이었다. 큰 소리로 부르면 들릴지도 모른다. 너무 부담스러웠다.
"다비야~~! 밥 먹으러 온나~!!!!" 부르시는 어머님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결국 난 작전동 집으로 결정했다. 그 소식을 들으신 외숙모가 내게 전화를 하셔서 대번에 하시는 말씀.
야 이 바보야아- 아이고 내가 너 때문에 정말 못살아.
아니 그래 느이들 곧 목사안수받으면 교회에서 집 나온다며~ 그럼 그 집에 살아봐야 얼마나 살겠니? 1년? 2년? 사택 들어가고 신혼집 빼면 전세금은 다 니 거 되는 거야 이 바보야~ 너 인천에 살면 O천 O백이지만 송파에 살면 O억 O천인데 그걸 안 받아? 아이고 속 터져 내가. 너 송파에 집 얻으면 솔직히 직장이랑도 가깝잖아. 그걸 왜 안 받아 글쎄~? 반반 내자는 것도 아니고, 해준다는데 왜 안 받아~? 응?!살림도 좁은 집에 들어가는 만큼만 대충 채워서 준비하면 되니까 더 좋은 거 아니야아~?
실속은 없이 사랑밖에 모르는 철없고 순진한 바보.?
구구절절 다 맞는 말씀이었다. 숙모 말을 들으면 내가 바보 같은 선택을 한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혼수를 준비하며 들어간 총 견적이 있는데 남자 부모라고 해서 엄청난 액수 차이가 나는 금액을 당연히 내야 된다는 사상에 부응할 수가 없었다. 그 돈은 결국 나를 체하게 만들 것 같았다. 어차피 우리가 벌어서 모은 돈도 아닌데. 그 돈은 첨부터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