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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다비 Oct 20. 2023

자궁내막증 수술 후 달라진 점

별게 다 증상이었네

퇴원 후 첫 번째로 느낀 좋은 점은 아침에 눈이 반짝 하고 떠진다는 것이었다.

매일 눈에 모래를 뿌려놓은 듯이 깔깔하고 아침부터 이미 오후 서너 시쯤 된 것처럼 온몸이 피곤해서 아이들 유치원 차량 태우러 내려갔다 오는 게 너무 힘들었었는데, 아침이 활력 있어졌다.

낮에 걸핏하면 드러눕고 싶은 것도 절반 이하 수준으로 내려갔다.

살이 빠져서 그런 건지, 유착이 제거되어서 그런 건지, 엉덩이가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걸을 때 다리 한쪽 한쪽을 짐덩어리처럼 이끌며 걷는다는 느낌이 항상 있었는데 그게 없어졌다. 내려갔었던 10킬로가 다시 9개월 정도 지나니 되돌아왔는데 그런데도 이전보다 훨씬 더 나았으니까, 확실히 체력이 조금 좋아진 듯했다.


그다음 눈에 띄게 좋아진 점은 냉이 없어졌다는 것.

축농증 치료받고 나면 저기 저 먼 산의 나무 냄새가 다 맡아지는 기분이 들듯, 상쾌하고 가벼운 느낌이었다. 나는 평생에 워낙 많았었기 때문에 이 점을 정말 최고로 만족하는 점으로 꼽는다.


그다음은 항문통이 사라졌다.

불시에, 긴 대꼬챙이로 푹 쑤시는 듯한 통증이 있었는데 그것이 사라졌다!

이게 증상이었다는 걸, 수술하고 사라지고 나서야 자각했다. 생리할 때 온 데가 다 아픈 와중에 항문통도 난리였기 때문에 그냥 괴롭다 힘들다고 느꼈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조차 인식할 겨를이 없이 살았던 것 같다. 그것 말고도 온몸이 항상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고 귀찮았으니까, 한 번씩 쑤시고 지나가는 대꼬챙이 통증이 기억에 남을 리가.


배란통이 사라졌다.

병을 지속하는 기간이 누적되면서, 생리기간에 아픈 건 당연하고 그 외엔 늘 냉을 달고 살고.. 그러는 중에 배란기에도 통증이 생겼었다. 그러니 한 달에 맑은 날이 채 이틀이나 될까 말까 했었다.

점점 늘 몸이 무겁네, 만성피로가 있네 그렇게 느끼며 살았었는데, 이젠 비잔 때문에 생리도 안 하고, 배란기가 언젠지 뭐 그런 개념이 없어지면서 엄청나게 삶의 질이 올라갔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남편과 만날 때도 불편하지 않았다. 뭔지 모를 불편감이 있었었는데, 원래 그런 건 줄 알았다. 쓰다 보니 갑자기 조금 불쌍하다, 나.


냄비 속 개구리처럼 적응하고 있다가 수술하고 개안한 점 또 하나는, 밤에 다리를 쭉 뻗고 잠을 자게 되었다는 것.

다리가 워낙 잘 부으니까 항상 높은 베개에 다리를 올리면 그게 편해서, 다리를 받치고 자거나 옆으로 누워서도 새우처럼 웅크리고 잤는데, 어느 순간 보니 내가 온몸을 강시처럼 쭉 펴고 누워있는 게 아닌가!

온 뱃속 장기들이 냉동골반으로 뒤엉켜 유착되어 있었다가 수술하고 나니 몸이 펴지고 좋아진 것이었다.


나의 경우엔 장 쪽에 문제도 생겼었고 너무 많은 항생제를 장기간 투약하게 되어서 장내세균총이 깨졌어서, 한동안은 설사가 잦았다.

방귀를 뀌기가 조심스러울 정도_ 

뿡뿡 냄새도 내 것이 아니고 요상한 향이 나서, 장 청소를 해준다는 차전자피 가루를 물에 타 마셨다. 

장내 유산균을 만들어 준다는 프리바이오틱스, 프로바이오틱스 함께 먹었다.

차전자피는 복용 후 겔처럼 되어 뱃속에서 많이 불어나기 때문에 다른 영양제나 복용약과 시간텀을 두고 먹어야 한다. 흡수를 방해받아 약효가 떨어질 수 있다. 광고처럼 정말 장점막이 청소가 되었는지 차전자피를 먹고 나서 냄새가 없어졌다.


수술 후 첫 해에는 장 건강 회복하는데 집중했다.






#가스가 너무 차

#하늘로 두둥실 떠오를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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