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카페인에 예민해서 점심먹고 한잔 마시더라도 밤에 두세시까지 잠을 못 잔다. 이런 불행에도 불구하고 카페를 가는 건 좋아한다. 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꼭 카페가 아니라도 어떤 공간이 주는 독특함에 늘 매료되곤 한다. 하지만 인스타를 보거나 친구들과 말할 때 종종 어떤 식당이나 카페를 폄하하는 말로 분위기만 좋은곳, 인스타용 맛집, 인스타 소녀들의 핫플 이라고 부르는 걸 보게 된다.
아닌게 아니라 공간이 근사한 곳에 와보면 특히 카페인 경우엔 손님의 90%는 여성이다. 그리고 이런 곳은 왠지 폄하된다. 하지만 식당이나 카페나 맛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그곳에서 느끼는 총체적 경험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맛이 기가막히게 맛있다면 즐거운 미식 경험이 될 것이고 공간이 멋지다면 그 안에 있는 경험 자체가 즐거울 수 있다. 인스타 소녀의 핫플이라는 표현은 왠지 맛있는게 뭔지도 모르면서 예쁜것만 찾아다니는 사람들 이라는 조롱이 섞인 것 같아 불편하다. 반대로 예쁜것도 모르면서 맛만 찾아다닌다고 놀리면 그거도 이해 안 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래두 점점 공간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는 것 같다. 단순히 인테리어를 열심히 한 것 보다 공간 자체가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는 가게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엔 내가 건축쪽에 지식이 있었다면 이 공간들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었을 텐데 하고 아쉽기까지 하다. 인스타 소녀라는 놀림을 받더라도 내 취향 공간을 찾아다니는 나의 탐구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