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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ekick Apr 07. 2016

안녕과 안녕

Love actually is all around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옴니버스 영화 <Love Actually>는 "사랑은 사실 널려있어요 (Love actually is all around)"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시작하는데, 이 영화의 첫 장면 배경은 바로 공항의 입국실이다.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난 영화 연출진의 탁월한 장소 선택에 감탄했었다.


사실 공항이란 곳은 무척이나 모순적인 장소이다.

기쁨과 슬픔이 공존한다.

1층 입국장에서는 기쁨과 반가움이, 2층 출국장에서는 슬픔과 아쉬움이.

그래서 난 요즘 월요일 아침엔 2층의 슬픔을 목격하고, 목요일이나 금요일 밤에는 1층의 기쁨을 목격한다.


또 다른 모순은 게이트에서 보인다.

게이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 무리의 사람들은 반바지 차림에 하와이행 비행기에 올라타고, 다른 한쪽은 정장 차림에 뉴욕행 비행기에 올라탄다.

휴가를 떠나는 무리를 부러워하며 그 속에 훌쩍 합류하고픈 충동을 꾹꾹 눌러야 한다.

근데 난 요즘 정장을 입고 플로리다행 비행기에 올라탄다.

반바지 차림의 사람들과 함께.


이토록 흥미롭기만 한 공항이란 곳을 난 참 좋아한다.

실제로 이 공항이란 곳에 큰 매력을 느낀 작가 알랭 드 보통 씨는 한 달 동안 런던의 히스로 공항에 거주하면서 그 경험에 대한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 사람, 참 나랑 코드가 잘 맞는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한 달만에 독일로 가기 위해 찾은 곳도 공항이었고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갓 태어난 아들을 처음 맞으신 아버지는 너무 감격해서 우셨다고..) 10년 전 한국을 떠나오며 눈물의 작별을 나눈 곳도 공항이었다.


우리는 언제나 떠나가고 떠나온다.

그 속에서 만나고 헤어지고 또 헤어지고 만난다.

거자필반과 회자정리, 안녕과 안녕.

이 인생의 단상을 층 하나를 사이로 제대로 보여주는 공항이 참 좋다.


epilogue

그나저나 만약, love actually 의 첫 장면을 2층 출국실에서 촬영했더라면 한층 더 깊숙이 파고드는 사랑의 모습들이 담기지 않았을까.


추천곡은.

1층에선 무도의 <All you need is love>

2층에선 하림의 <출국>


2010.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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