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나는 그날의 자료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그때의 생각, 디자인과 제품의 흐름, 그리고 내가 그들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모든 것이 그 안에 담겨 있다.
PT 당일, 자료는 아무도 미리 보지 않았다. 팀장님조차도. 그녀는 대표를 포함한 임원들과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시선으로 자료를 볼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 나를 시험하려는 의도였는지, 단지 방식이 그랬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날의 발표는 내가 책임질 일이었다.
내 자료였다. 그래서 떨림도, 두려움도 내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날은 지방에 있는 팀장들과 연구소 소장까지 모두 모였다. 다행히 내 PT는 전체 임원 회의의 한 안건이었다. 중요한 자리였지만, 다른 사업들 사이에서 나의 발표는 작은 조각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팀장님은 이 자리를 통해 대표에게 어떤 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녀는 나를 통해 그 답을 전달하려 했다.
회의가 시작되었다. 내 차례는 마지막이었다.
임원 회의의 공기는 무거웠다. 매출의 감소, 서로 다른 의견들, 책임을 회피하려는 목소리들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결국 화살은 제품 개발팀으로 향했다. 팀장님은 그것을 피하지 않았다. 그녀는 침묵으로 받아냈다.
그리고 마침내 내 차례가 왔다.
간단한 소개가 끝난 후, 발표가 시작되었다.
그 당시, 친환경 디자인이나 제품에 대한 개념은 대부분의 회사에서 낯선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 스스로 알지 못했던 필요를 설명하는 데서 시작했다. 친환경 디자인의 기본, 국내외 사례들, 그리고 우리 회사가 처한 상황과 그 안의 문제점들.
자료를 조사하며 알게 된 사실은 경쟁사 대부분이 일본 기업이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미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한 제품 개발로 정부 지원을 받고 있었다. 단순한 원가 절감이 아니라, 시장에서의 신뢰를 얻는 과정이었다. 한국에도 비슷한 정책이 있었지만, 이를 아는 기업은 드물었다.
우리 회사는 이미 수거 시스템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었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전국의 오피스 샵 지점을 활용하면 내부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의 일부를 직접 수집할 수 있었고, 외부에서 확보하는 것만큼 중요했다.
그것은 단순한 순환이 아니라, 브랜드의 새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더 바디샵’은 이미 이를 통해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었다. 나는 우리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고 했다.
자료에는 원가 분석, 평균 수거 비율, 마케팅 활용 방안, 신제품 개발 시의 유의점이 포함되어 있었다. 준비한 모든 것을 말하고 난 후, 방 안은 잠시 정적에 잠겼다.
질문이 이어졌다. 때로는 피상적이고, 때로는 깊이 없는 의견들이었지만, 그 안에도 필요에 대한 공감이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각자의 이해 관계는 분명했다. 일은 누구에게도 넘어가고 싶지 않은 짐처럼 다뤄졌다.
발표가 끝난 후, 나는 그 방에서 나왔다.
한숨이 깊었다. 그러나 그건 무겁지 않았다.
‘이 회사를, 내 의지로 더 다닐 수 있겠구나.’
그때 처음으로, 나는 조금의 안도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