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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Nov 24. 2024

설렘과 긴장의 첫날, 새로운 시험대에 서다


첫 출근은 설렘과 긴장의 경계에서 시작됐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첫날부터 주어졌다. 마치 시험대에 올려진 기분이었다. 내가 면접에서 만난 그 여자분는 내 팀의 팀장님이었다. 그녀는 친환경 가능성을 제품과 프로세스에서 찾아달라고 했다. 간결한 말 속에 뭔가 깊은 기대가 담겨 있었다.


입사 첫날, 회사 안에 이미 내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외부 전문가를 뽑았다는 소문과 함께, 내가 소속된 제품디자인팀에 대한 의문과 기대가 뒤섞여 있었다. 팀의 파트장님은 나보다 한 살 많았다. 면담 중 그녀는 말했다. 친환경 프로젝트 외에도 제품디자인 업무를 병행해야 하고, 특히 우리 팀은 영업팀과의 갈등 속에서 언제나 변명할 여지가 없는 존재처럼 느껴진다고. 신제품이 실패할 때, 모든 책임이 디자인 탓으로 돌아오곤 한다는 그녀의 말은 무거웠다. 팀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알아야 했다. 회사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제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첫날부터 여러 부서를 돌며 인사를 건넸다. 설렘은 곧 책임감으로 바뀌었다. 내가 내놓을 수 있는 제안은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거나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수정하는 것이었다. 팀장님은 날 위해 길을 열어 주었다. 부서장들에게 나를 소개하며, 내가 가진 것보다 더 큰 가능성을 입혀 주었다. 그리고 회사의 임원들 앞에서 발표할 날짜를 정했다. 


주제는 ‘친환경 디자인과 회사의 방향.’

주어진 시간은 단 두 달이었다. 


두 달.

논문을 쓰던 대학원 시절의 밤들이 떠올랐다. 평일 내내 회사의 제품들을 파악하고, 밤이면 연구와 자료 수집을 반복했다. 작은 필기구를 만드는 회사였다. 모두가 아는 6각의 단순한 볼펜. 그 자체로 완벽에 가까운 미니멀한 디자인. 제품의 저렴한 가격과 오랜 전통은 혁신을 막는 벽처럼 느껴졌다. 디자인적으로 새로움을 더할 틈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나는 다시 돌아왔다. 내가 대학원에서 고민했던 것들로.

‘친환경 제품 개발의 최적화.’

그 질문으로 돌아가 답을 찾으려 했다. 밤은 더 길어졌고, 시간은 더 짧아졌다. 


그리고 마침내, 발표의 날이 다가왔다.

입사 최단 기간에 찾아온 임원 프레젠테이션.

모든 눈이 나를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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