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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Dec 04. 2019

아, 꿈이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くじら-ねむるまち(잠드는 거리)

드라마에서 봤어 정의는
언제나 승리한다고. 정의가 뭔데?
-
오늘도 천장을 보면
변하지 않는 풍경이야
잠드는 거리로 가자



♪くじら(고래)-잠드는 거리


잠이 부족한 터에 잠이 들 것 같은 순간은 나에게 몹시 소중하다. 그 순간이 비록 그룹으로 모여 앉은 토론형 강의시간이라도 말이야. 그만큼 소중한 시간인데, 순간 끊어질 듯한 의식의 끝이 현실과 비슷하면서 또 다른 세상을 그리기 시작할 때는 불안해진다. 그럴 때 있지 않나, 잠이 들랑 말랑 할 때 고민하던 것들의 생각이 뒤섞이면서 머릿속에 그려지듯 보일 때. 나만 그런가. 그렇게 잠이 들 때는 더 이상 잠이 아니다. 취한 듯한 기분으로 꿈에서 다른 닮은 세상을 살아간다. 






꿈. 

이라는 단어는 무언가 환상적이거나, 이상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내가 새벽녘에 보는 꿈들은 대부분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들이 대부분이고, 내 현실은 대부분 사회가 배경이라, 낮에 보던 사람들을 밤에도 보는 꼴이다. 내 잠은 소중한데 말이야. 이때부터는 잠을 잠이라 부를 수 없는 시간으로 변한다. 


이렇게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보는 꿈에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일어난다. 얼마 전에는 누군가가 이혼을 했는데 그 하소연을 들어주고 있다던가, 고민했던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며 흡사 전쟁 같은 기분을 안기기도 하고, 언젠가는 정말 싫어하는 사람과 같은 사무실, 그것도 옆 자리에 자리해서 찜찜한 기분도 안겨준다.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세상이다. 






이제 퍽 익숙해진 꿈의식에서 오늘은, 퍽 불편한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 순간 고민했다. 지금 억지로 잠에서 깨어나 이다음에 일어날 이야기들을 보지 말까, 그래도 궁금한데 한 번 지켜나 볼까 하다 어제는 현실이 참 착잡한 기분이었던 터에 그냥 그만 보기로 하고 꿈을 껐다. 쓸데없는 재주다. 


눈을 뜨니 살짝 서늘한 온도에 절로 몸서리를 쳤다. 어둠에 익숙해진 터에 캄캄한 시간에도 적당히 방의 이것저것이 눈에 보였고, 하나씩 둘러보며 정신을 차렸다. 꿈에서 현실로 돌아오는데 걸린 시간, 두 시간 정도로 설정해놓은 플레이리스트가 아직 채 끝나기 전이었다. 그렇게 이르게 눈 뜬 채로 어두운 곳에서 눈을 굴리며 하루를 시작했다. 






꿈을 깬 채로 살아간 하루는 꿈과 사뭇 닮아 있었다. 조금 더 춥고, 조금 더 사무칠 따름이었다. 그리고, 깰 수 없는 것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그런 기분의 하루였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하는. 사실, 별 일은 없었다. 그냥 그런 기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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