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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Apr 16. 2020

어쩜 그렇게 해맑게 웃을 수 있는지

♪OurR - 응달

어쩌다 그렇게 쏟아내기만 하고
채우진 못했을까? 또 울 거예요
언제나 난 무서운 마음이었어요
내가 뭘 잘못했는지



♪OurR - 응달


평소에도 웃는 얼굴이 어색하고 거울이나 사진으로 내 얼굴을 쳐다보는 것은 좋아하지 않아 좀처럼 내 웃는 모습을 볼 일이 드물다. 요 며칠 새는 유독 그 웃을 일이 더 없다. 아직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이 익숙한 세상인지라 표정을 들킬 일이 별로 없지만,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여지없이 어디 아프냐는 이야기를 듣는 걸 보면 분명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구겨져 있는 모양이다. 






평소에도 잠은 잘 못 청하는 편이지만, 유독 심장이 조이고 감은 눈의 떨림이 계속되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눈을 떠도 이 떨림은 쉬이 멈추지가 않아 어쩌지 어쩌지 하고 이야기를 건네면 그러게~ 운동을 했었어야지! 던가, 마그네슘 같은 거 챙겨 먹어. 정도로 넘어가지곤 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스트레스라던가, 지금의 일상 탓을 해버리면 정말 진 기분이 들 것 같아 그것 마저도 맘 편히 할 수 없다. 고민하던 아침, 누군가가 밝게 - 나를 찔렀던 사람이, 내가 보기에는 비교적 밝은 - 인사를 건넸고, 나는 그 자리에서 화장실로 급히 뛰어가 구토를 했다. 






아마 모두들 열심히 살 테고, 다들 조금씩의 떨림과 조여짐을 안고 살아갈 테다. 적어도, 주변에 보이는 사람들은 그러하니, 나만 그런 건 아닌 것은 안다. 그래서 이렇게 매 번 쏟아내면서 후회한다. 왜 나는 남들처럼 이겨내지 못해서 이 모양 이 꼴일까. 그들은 그럼에도 이겨나가는데. 어른인데 무엇을 그리 잘 못 살았고, 사는 법을 못 익혀서 나 혼자 유별난 것처럼 이렇게 글을 쓰는 것 밖에는 해소할 길이 없는지 모르겠다. 


남들에게 이런 힘든 모습을 보이는 것도 싫고, 힘들고 싶지도 않다. 모두가 그럴 것이다. 애초에 위로가 없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다. 밤 열한 시가 넘어 들어갔는데 '어, 아들 일찍 들어왔네.'라는 인사를 받는 나와, 그렇게 맞이하시는 어머니의 마음은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보았다. 어디 가서 부끄럽게 일하진 않은 것 같다. 위로를 받을 정도로 못 살지 않았는데, 위로를 받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내 나이 즈음 어떠한 길을 밟아왔을 선배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고는 한다. 그들은 어떻게 이 시기를 걸어왔을까. 다시 생각해도 참 멋있는 사람도 있었고, 어린 내가 봐도 짠한 누군가도 있었다. 마침 그 짠하다 생각하던 선배의 생일임을 알리는 알람이 떴다. 프로필 사진에는 두 아이와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이 있었다. 적어도 상상 속의 짠함과는 거리가 먼,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제는 만에 하나 아버지 말대로 나라가 망하기라도 하면 이민을 가면 된다며 웃는 동생의 투표 소감을 들었다. 동생한테 어떻게 그런 말이 쉽게 나오냐 물으니, 오늘의 우리도 모르는데 무슨 정치 싸움 같은 걸로 걱정하냐며, 국민들은 모두 그렇게 멍청하지 않다고 했다. 갑자기 멍청이가 된 기분이었다.  난 도장을 찍으며, 그저 평안했으면 좋을 따름이라며 간절히 빌었는데.  


지난 새벽, 역시 심장이 조여와 자리에서 일어나 <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라는 영화를 보았다. 자신을 초라하다 생각하는 브래드는 아들과 캠퍼스를 걷는다. 캠퍼스를 아들과 걷는데 초라하다고? 사치잖아! 라며, 이런 영화에서 조차 위로받지 못하는 나 자신을 한탄하며 화면을 껐다. 화면을 끈 채 정신을 차리니 아침이 왔다. 





"아버지, 다시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인마, 버텨. 아빠도 10년 즈음 다 그랬어. 그럼 20년은 금방 가." 


라며, 웃으며 출근하시는 아버지의 등 뒤를 반 즈음 감긴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마 웃으며 배웅은 못 한 것 같다.  오늘의 날씨는 맑고 26도까지 올라간 이상 기후였다. 내일은 비가 온단다. 어쩌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웃지 않아도 티가 덜 날 것만 같았다. 좀처럼 빛과는 친하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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