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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Aug 08. 2019

어른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까?

♪서태지 - 교실 이데아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있는 그 애 보다 더



♪서태지 - 교실 이데아 ( ETPFEST LIVE ) 



대학원 시간표가 나왔다. 어떤 강의들이 있나 궁금하면서도 벌써 방학이 끝나는 기분이어서 조금은 슬펐다. 직장인들이 다니는 대학원이니 조금 널널하지 않을까 했었던 1학기는 생각을 비웃듯이, 학사일정을 따라가기에도 벅찼던 기억이었던지라, 벌써부터 9월이 걱정되기 시작하기도 했지. 그래도 이런 소잿거리 덕분에 학교 단톡방에는 어떤 과목이 좋을지, 누구랑 같이 들을지 같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학문 그 자체에 큰 뜻이 있어서 온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최대한 쉬워 보이는 강의명을 골라놓고 동기들과 대화를 나눴다. 시험이 없다던가, 평가 등이 후한 교수님의 강의을 들으면, 예비로 메모해두었다. 그렇게 서로 간의 정보를 교환하는 중, 한 동기 형님이 단톡방에 질문을 하셨다. 


학점보다 배울만한 실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수업을 듣고 싶은데 


조금 멍해졌다. 

대학원 학비는 다들 그렇겠지만 적게는 500-600만 원, 원래 가고팠던 대학원은 학기 당 천만 원에 육박하는 곳도 있었다. 아무리 다들 직장인들이지만 반기에 저 정도의 목돈은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직장에서 지원해주는 케이스도 더러 있지만, 그 돈도 내가 직장에서 노력해서 얻는 나의 것 아니겠나. 어른이 되어서도, 등록금이 아깝게, 그저 학벌 세탁 같은 이유로 떠밀리듯 온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스무 살 때, 동아방송대를 가고 싶었다. 

음악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고, 그것을 배우고 싶었지만, 집에서는 문과생이니, 취업을 위해선 공무원을 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라며, 행정학과랄지- 아니면 보편적인 경영학과나 사회과학대학으로 진학하라 종용하셨다. 반항을 하고 싶지만, 학비를 스스로 낼 생각도 못했던 수동적인 나는 집의 뜻대로 진학을 하였다. 4점이 넘는 학점으로 졸업을 했지만, 대학의 전공과 지금의 일은 1도 연관이 없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무엇이 다를까. 학비를 내가 낼 수 있고, 내가 선택한 학교인데도 이러면 곤란해. 

 

언젠가 다른 대학원 분들과의 교류 자리에서는 왜 대학원에 진학했는지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누군가는 위에 말한 것처럼 '솔직하게 가방끈을 위해서'라는 분도 계셨고, '사회적 지위와 학위의 수준을 맞추기 위해' 랄지, '박사 과정까지 갈 생각으로' 등 여러 가지 답변을 내놓았다. 어떤 선배들은 대학원은 그냥 동종 업계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돈을 주고 사러 가는 거다 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하기도 했었지. 그 어떤 이유에도 나는 크게 포함이 되어있지 않은 기분이었다. 



보통 등교할 땐 어두워져 있지만, 곧 보자.  



여전히, 

퍽퍽한 현실을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 오늘 미리 찜해놓은 강의 리스트는 변한 것은 없지만, 적어도 이번 학기에는 내가 왜 다시 학교라는 곳에 스스로 들어와 무엇을 배워가기 위해서 왔는지를 깨닫기를, 배우기를 바라보았다. 그것이 전문적인 이론이 되었든, 어릴 적에 흔하게 듣던 '학교는 사회를 배우는 곳' 말처럼 삶을 배우든. 뭐든지. 어디에서 당당하게 "저는 이런 이유로 다닙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면 좋겠네. 


이제 어른이지 않나. 나를 떠밀 사람도 없으니, 정확히는 떠밀어 줄 사람도 없으니. 스스로 걸어야지. 밤에 다니는 대학원생이면서 엄청난 애교심이나 진한 소속감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문득 학교의 교훈이 떠올랐다.  



Veritas vos liberabit.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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