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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Jul 26. 2019

월급, 안녕하십니까?

♪ Sheena ringo - 労働者

 


달아나고 싶어요, 안녕히.
귀찮은 건 싫어! 행복해지고 싶어!
ずらかりたいよおさらば
面倒はいやだあやかりたいよ




♪ Sheena ringo - 労働者


안녕- 

이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찾아보자면 '아무 탈 없이 편안함'이라고 한다. 통상적으로는 만날 때, 혹은 헤어질 때도 쓰이는 중의적인 표현이다. 그러니까 다시 한번, 당신의 월급은 아무 탈 없이 평안하신가요. 아니면 만나셨나요 - 금방 헤어지셨나요. 그러니까, 월급. 안녕? 회사 생활을 한 지 10년 정도 되었으니, 이제는 그래도 어엿한 월급쟁이라고 해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들끼리의 대화가 있었다.


몸에 해로운 것이 입에는 더 달콤하다고 하지 않나. 그러니, 생산적이고 진취적인 대화보다는 업무에 대한 고충을 나누는 것이 대부분이다. 오늘은 이런 발표 자리가 있었고, 사무실에선 이런 문제가 있었다던가 하는 그런 것들 말이다. 악의는 없다. 사장님 보고 계신가요(?) 이야기를 나누다 조금 심도 깊은 주제가 나왔다.


" 계속하면 잘 될 수 있을까? 난 그게 걱정이야. "

" 열심히 하는데 잘 될 거야. 뭐가 걱정이야. "


회사에서 내가 말을 놓는 몇 안 되는 이 친구는, 오랜 시간 옆에서 봐온 만큼 장담하건대,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다. 이렇게 노력을 하는 친구도 불안하다니. 계속된 이야기의 요는 이랬다. 자신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 정력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그리고 쏟아붓는 인풋만큼의 아웃풋이 나오고 있는지.


" 그러니까, 결국. 월급쟁이 아웃풋의 끝은 돈-이잖아? "

조금 염세적인 답변을 했다.




이야기를 조금 새어나가, 회사 생활 이전엔 프리랜서로 생계를 유지했었다. 대학 시절의 이야기니, 전업이라고 하기엔 부끄럽지만 그래도 꽤 쏠쏠하게 벌었던 기억이 있다. 어느 업계나 업무에 대해 관례적인 페이가 있고 - 그러니까 이게 내가 생각하는 아웃풋이다 - 그에 맞는 수준의 일을, 결과물을 내어주면 되었다. 그래서 열심히 했다. 결과가, 아웃풋이, 그러니까 통장에 돈이 바로바로 보였으니까.


회사를 선택했던 이유는, 언젠간 어떤 날에 자세히 풀어보고 싶은 이야기지만 간단히 표현하자면, 친구의 고민과 같았다. 언제까지 지속가능할 수 없었고, 혼자라는 이유로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온갖 부조리함을 겪는다거나 하는 불안정한 아웃풋 때문이었다. 사회에서 혼자는 약자다. 정신적으로 미성숙했던 어린 시절에 생긴 이런 가치관들은 의외로 꽤 깊숙이 박혀, 조직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요즘에도 뚜렷하게 남았다.

< 기브 앤 테이크 >. 월급만큼 일한다.





고양이를 그리려면 호랑이를 그려야 한다-

고 하듯이, 사회생활에서도 이 고양이만 한 월급을 위해선 호랑이를 그리는 노력을 들여야 한다. 프리랜서 때도 이는 마찬가지였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필연적으로 < 같이 >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것을 또 같이 나눈다. 그렇다 보니 조직에서 열심히 하고 잘하는 사람이 비해 부족한 사람들도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고, 배분은 불평등한 경우도 더러 발샹한다. 친구는 끌고 가는 입장이다 보니, 남보다 열심히 호랑이를 그렸는데 노력과 결과의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을 상대적으로 많이 느끼고 있겠구나 싶었다.




 

이 대화의 결론은 결국 없었다. 그저, 느꼈던 대로 어깨의 짐을 좀 내려놓으라, 마음이라도 편해야지 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는 걸로 마무리짓고 자리로 돌아왔다. 안녕하지 못할 대화였다. 문득 매 달 하는 연봉협상에서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떠올랐다.


" 저는 이번 1년 간 열심히 일했고, 잘했습니다. "

 

회사가 내리는 평가야 어찌 되었든 모두가 각자의 기준으로 열심히들 산다. 문득 내 연봉은 '안녕'한가 생각해보았다. 안녕하더라. 역설적으로 안녕하다면, 남들보다 부족하게 일하고 있다 평가받고, 생각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세상. 살짝 죄지은 기분이 들어 가슴 한 켠이 콕 - 한 번 정도 쑤셨다. 열심히 해도, 한가해도 참 안녕하기 힘든 세상이네. 여담이지만 이 차이가 한계까지 벌어지면 < 이직 > 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모르겠다. 노력이나 성공보단 안녕을 바라며 일하는 월급쟁라서인지, 아직 이직을 경험해보진 못했다. 이렇게 남의 돈을 벌기 힘들고, 모를 일 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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