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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Jul 26. 2019

노란 스킨헤드가 울고 있었다.

♪ゲスの極み乙女。 - オトナチック

할 말을 참게 되어버려서 말야. 분하게 생각해
言葉飲み込んじゃうからさ
悔しく思ってるよ




♪ゲスの極み乙女。 - オトナチック ( 어른스럽게 )



아침 출근길, 비 오는 거리의 우산 사이로 울음소리가 뚫고 귀에 들려왔다.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엉엉 우는 여성이 눈 앞에 걷고 있었다. 이 아침부터 어떤 사연일까. 사람들은 힐긋 보는 정도로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문득, 좀 지났지만 도쿄에서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도쿄는 세어보기 애매할 정도로 자주 간 도시이다. 언제 가도 질릴 일 없는, 개인적으로는 살고 있는 서울 다음으로 가장 익숙한 곳.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도쿄의 시그니쳐 < 도쿄타워 >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롯폰기의 모리타워 전망대다. 1박 2일로 가도 이 곳은 꼭 가서 도쿄타워를 눈에 담고 온다. 그때의 이야기다.



식상하지만 나에게는 최고의 힐링 플레이스다. 힘들면, 절로 도쿄행 비행기표를 끊는다.



보통 도쿄타워는 석양부터 저녁의 야경이 유명하지만, 아침과 낮의 빨간 도쿄타워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도 예쁘다. 비교적 한가하기까지 하여, 1년에 한두 번은 이 시간에 방문을 하곤 한다. 작년 언젠가에도 아침 일찍 올라, 멍하니 빨간 탑을 쳐다보는데 옆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출처 : 킬빌 1 공식 포스터



킬빌의 우마서먼이 입고 있는 노오란 바이크 슈트, 정말 그것과 같은 느낌의 색 노란 아디다스 트레이닝복을 입고, 긴 수염을 기른 스킨헤드가 옆에서 울고 있었다. 외모도 정말 일드에 나올 법한 날렵한 야쿠자의 형상을 한 사람이 아침에 울고 있다니. 순간 당황해서 ( 조금은 무서워서 ) 얼른 고개를 돌리고 사진을 찍는 시늉을 하였다. 그러니 이젠 아예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더니 통곡을 하기 시작하더라. 눈은 똑바로 도쿄타워를 향한 채.


혹여, 그의 마음에 방해가 될까 싶어 나도 그 풍경 중 하나가 된 것처럼 노란 스킨헤드의 그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조용히 옆에 앉아있었다. 그런 아침의 정경이었다.




사회생활에서, 그저 살아가다 하 답답해지면 찾는 공간들이 몇 군데 있다. 앞서의 도쿄타워가 그렇고, 선유도의 저녁- 구석진 벤치가 그렇고, 동네 골목 속 골목의 한가한 술집이 그렇다. 그렇다고 그곳에서 그렇게까지 소리 내어 울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그 스킨헤드의 남자는, 출근길의 여성은 무엇이 그렇게 서러웠을까. 얼마나 서러웠다면, 울기 힘든 세상에서 그렇게 목놓아 울었을까 싶었다.  





한 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정말 너무 슬퍼서 울기라도 하고 싶은데, 가슴에 꽉 막힌 채 눈물은 나오지 않는 답답함. 무엇이 그렇게 사람을 참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부러웠다.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울 수 있다니. 마지막 장마라는데 기왕 아픈 세상이라면 빗소리를 핑계로 힘든 사람들은 전부 펑펑 울고, 흘려보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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