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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Nov 26. 2019

무어라도 남길 수 있는 삶

♪Official髭男dism - pretender

그럼 나에게 너는 뭐야?
답은 알 수 없어. 알고 싶지도 않아.
단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다면
'너는 아름다워.' 



사실 기분과 딱 붙어서 올렸다기보단, 이번 여행 동안 거리에서 가장 많이 들렸던 음악이다. 인기를 실감하게 하는 건 역시 거리의 음악만 한 것이 없다. 



얼마 전 일기의 한 자락에 소개했던 도쿄, 긴자의 바와 같이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굳이 찾지 않더라도 심심치 않게 노포들을 만날 수 있다. 이전에 어떤 수업 시간에 들었었는데, 일본은 고대로부터 문화 자체가 분업이 특화되어있는 민족이어서, 희석되었다고 해도 아직 대를 이어가는 문화가 익숙한 나라라는 것이 떠올랐다. 아마,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설명이었는데, 그러니까 발전을 하려고 한다기보다는 자기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데 충실하면 세상은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민족이다 뭐 그런 뉘앙스의. 






이번에도 자의로, 혹은 우연히도 몇 군데의 노포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여행객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점도 있었고, 모녀가 함께 손수 만드는 수제 공방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경험했던 동 가격대의 무엇보다 나았냐면 냉정히 그건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렇게 돌아와서 떠오르는 모습은 대체로 그런 곳이다. 


대부분 이런 곳들은 공통적으로 무언가 다음 대에 남길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일례로 소개했던 바는 일본의 문호들을 품었던 '역사와 이야깃거리'를 물려받고 있었고, 또 어떤 곳은 '손님과 만드는 손님만의 메뉴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프로세스를 물려받고 있었다. 시대에 바뀌지 않을 무언가. 그 무언가가 있는 곳은 그것을 지켜온 세월만큼의 안정감을, 방문한 손님에게도 그대로 주었다. 이제 내년이면 꼬박 100년이라며, 아직 멀었다며 자신의 대에서 10년은 거뜬하다던, 백발성성한 점장님의 웃음이 인상 깊었다. 






새삼 오랜만에 앉은 책상에서, 고작 10년 이 일을 해왔지만, 나는 내 후배들에게 혹은 내가 이 자리를 떠났을 때 누군가에게 물려줄만한 무언가를 만들었는가 잠깐 떠올려보았다. 그 노포들처럼, 사랑받는 어딘가의 가게처럼 어떤 것에도 무너지지 않을 그런. 생각에 정답은 없었다. 오늘 언젠가 나보다 세 배는 더 먼 길을 걷고 계신 분도 아직 모르겠다고 하시는 이야기를 우연찮게 들었다. 적게는 몇 천 원으로도, 아니면 보는 것만으로 그 어렵게 긴 세월 지켜온 무언가를 즐기고 왔음에 새삼,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했다. 


참 소중한 삶이었을 테고, 

소중해지고픈 삶이다.   


그 세월을 기다려주지 못하 현실은, 조금 야속하긴 하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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