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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도sido Mar 20. 2021

오롯이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고통이 있다면

정말 깊은 마음이란 건

고등학생 때처럼 친구들을 매일 만날 수가 없다.

하루 종일 몸을 부대끼며 하하호호, 아무것도 아닌 일로 깔깔대던 과거가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소중한 사람들을 일상 속에서 자주 마주칠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큰 행운임을 깨닫는 요즘이다.


최근 들어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자주 시련이 찾아온다. 그들은 관계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부당한 괴롭힘을 당하며 고통스러워한다.

멀리서 전화로, 문자로 해줄 수 있는 위로는 한계가 크다.


내 공감능력을 한껏 발휘해 그들을 위로하고 싶지만, 어찌 됐든 그들이 겪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음을 인정해야 하는 때가 온다.



섣불리 나서 무언가를 대신해주는 것도, 우리 모두에게 좋지 않은 일이다. 그것은 그들의 일이고, 나는 마음이 아프고 불편해도 기다려야 한다. 그들이 스스로 방법을 찾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때까지. 무사히 그 힘든 시간을 통과할 때 까지. 괜찮지 않은 상태는 순식간에 나아지지 않는다.


어쩌면 정말 깊은 마음이란 건 불쑥 찾아오는 나를 위한 오지랖을 넣어두고, 그들을 위한 기다림을 꺼내는 일.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불행 앞에서 자꾸 조급 해지는 것은 그들의 위태로움이 내게 불안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그들의 위태로움을 견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그들을 사랑하고 응원한다면, 그들의 아슬한 날들이 지나갈 때까지 멈춰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그 순간은 그들에게 성장의 시간일 테니까. 그동안의 나의 불안감은 나 스스로 견디며, 그들이 나아질 때 까지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

굳이 나서서 해결해주지 않더라도, 그 과정을 모두 지켜보고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우리의 응원을 알아봐 줄 것이다.


힘든 상황에서 나아가고, 깨달음을 얻는 것은 그들의 몫임을 인정하며, 뒤로 물러서서 그들의 고군분투를 지켜봐 주는 것. 때로는 소리 없는 눈빛으로 응원을 대신하는 것.

그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전부라는 게 퍽 아쉽기도, 그들을 기다려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기도 하다.


오롯이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고통이 있다면, 그저 그 시간을 함께 목격해 주자.

그 과정을 소리없이 지켜봐 주자.

그것이 때로는 가장 큰 사랑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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