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드

이기적인 사람들

by 시에


오늘의 주제는 '시월드'


결혼 10년이 지난 지금, 정확히는 이번 추석연휴에 나는 시월드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았다. 전에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번 추석에 어떤 친척분의 말에 우리 부부는 기분이 나빴고 화가 났다. 남편은 그동안 40년동안 참아왔던 울분이 터져나온거고 나도 10년간 나도 모르게 참아왔던 억울함이 폭발한 것 같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긴 연휴라 서울에 사시는 친정부모님과 이모가 놀러오셨다. 이모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추석 전날까지는 우리집에서 친정부모님들과 지내고 추석당일 이른 오전에 시댁으로 향했다. 정확히 말하면 추석 전날 양가 부모님 모두 모시고 전복솥밥을 사드렸다. 그래서 전날에도 시부모님은 만났었다. 그리고 이제 차례도 없으니 추석 당일에 시댁으로 가서 산소 가고 인사드릴 데 드리고 할 예정이었다.


추석당일 시댁에 일찍 갔지만 결국 산소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못 갔다. 사실 집 뒤에 있어서 아무때나 갈 수 있는 거리였고 남편은 추석 전 주말에 벌초하면서 인사 드렸고 나와 아이는 다른 때에도 아이가 어려서 산소에 잘 안 갔었다. 특히 비 오거나 춥거나 하면 데리고 가지 않았다. 그래서 남편이 가지 않은 건 아니다.


시댁 도착하자마자 근처에 사시는 시아버지 형제분들 집에 인사하러 갔다. 첫번째 집은 뭐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두번째 집은 도착하자마자 불만을 토로하셨다. 그것도 인사 드리려고 견과류 세트를 들고 온 우리 가족한테. 순간 너무 당황해서 남편도 나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 결론은 우리가 명절인데 할 일을 안 하고 늦게 왔다는 것이다. 남편도 좀 화가 났는지 반박을 했지만 사촌남동생도 있었던 터라 좀 참았다고 한다.


아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뭔데요? 그리고 우리가 뭘 안 했는데요? 지금은 차례도 없어져서 음식할 필요도 없고 산소는 각자 편한 시간에 가면 되고 다른 집 자식들은 우리 시댁에 하지도 않는 명절인사와 선물은 저희만 맨날 하는데요? 그렇게 말하시면 밑에 다른 사촌들도 큰 집에 와서 인사하고 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그 분 말로는 아침에 산소 가는데 우리가 안 왔다고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와서 할 일을 안 했다고 화가 난단다. 진짜 어이가 없어서 우리는 너무 화가 났다. 그리고 우리 친정부모님이 오신걸 얘기한 다른 형제분들과 뒤에서 속닥속닥했다는 것도 화가 났다. 60세 넘은 어른들이 어른 답지 않게 행동히고 있음에도 화가 난다.


근데 산소를 왜 조카인 저희 남편만 맨날 가야 하는 건가요? 벌초도 맨날 조카중에는 우리 남편만 가고. 다른 조카들은요? 본인의 자식들은요? 우리 남편이 맏이라서 그 모든걸 혼자 떠안아야한다는 건 너무 이기적이잖아요! 그리고 산소는 아버지와 그 형제분들이 더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왜 할머니할아버지 딸은 코앞에 살면서도 안 가시나요? 분도 우리에게 벌초할 때 가는 산소랑 추석때 산소 다르다고 하는데 그럼 본인 딸은 왜 시댁 산소 안 가고 친정에 와있는지요? 자신들의 자식들은 그런 고생 시키고 싶지 않으면서 조카와 조카며느리에게는 그런 걸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모순되지 않나요?


내가 억울한 건, 남편과 결혼하고 한국에 들어온지 9년 되는 시간에 친정 엄마아빠랑 명절에 같이 보낸 건 2번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 늘 우린 괜찮다, 시댁 잘 챙겨드려 라고 말하는 부모님 말에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부모님도 나이 들고 있고 명절이면 우리가 보고 싶을 텐데. 다음 설부터는 이제 명절 전후로 꼭 친정에도 가보려고 한다. 그리고 여태 친척들에게 주려고 샀던 선물 이제는 사지 않고 그 돈을 차라리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께 쓰겠다.


정말 이해가 안 가는 한국 시월드. 나는 시부모님은 진짜 좋은 분들이라 정말 좋아한다. 근데 그 주변 친척들은 이제 만나고 싶지 않다. 내가 우리 엄마아빠도 못 챙기면서 시댁 친척들까지 챙길 이유가 있나? 나에게 중요한 사람들만 챙겨도 모자랄 판에.


나는 누구를 대하든, 어떤 물건을 대하든 따뜻하게 대하자 주의인데 요즘은 과연 모든 사람에게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내가 따뜻한 태도를 보이면 분명 상대방도 그럴 것이다라는 생각을 해왔었지만 그걸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더이상 호의를 베풀 필요가 없지 않을까.

'모든 사람'이 아닌 선택적 호의를 베풀면서 내 사람들에게만 좋은 사람이고 싶다. 내 사람들만 챙기고 따뜻한 추억을 많이 만들고 살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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