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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슈카 Mar 14. 2021

아침식사 골라먹는 즐거움

아침은 확실히 중요하긴 하다.

청소년 시절 식욕이 왕성했던 나는 수많은 밤동안 공부는 안하고 라디오를 들으면서 빨리 아침이 와서 밥먹고싶다는 생각을 자주했었다. 대학 졸업 후 혼자살기 시작하며 어느 시점부터는 아침에 밥을 먹는건 도저히  몸에서 받아주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리곤 출퇴근에 허다한 시간을 쏟아냈어야했던 딱한 삶을 살았던 몇년간은 아침에 뭘 먹고 살았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다가도 해외로 여행을, 출장을, 잠시 거주하는 시간을 보내게되면 한국에선 갖지못했던 아침식사를 향한 식욕이 다시 솟구친다. 보다 자발적으로 에너지를 쏟을 일이 많기 때문일까 싶다. 

어쨌든! 이런 시간들을 거쳐 약 3년전부터 나는 완벽한 아침식사 메뉴를 발굴해내고야 말았다. 

나의 아침식사 메뉴는 세가지이다. 나는 근본적으로 반복을 정말로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먹는 것에도 나타난다. 아무리 맛있다해도 같은 음식을 매일 반복적으로 먹는 것은 도저히 못한다 (즉, 이 음식은 매일 먹을 수 있어!라고 감탄하는 건 진짜진짜 맛있어죽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아침식사도 일주일 내내 같은걸 먹을 수 없는, 어찌보면 까탈스러운 인간이다.


Breakfast, das Frühstück #1.

그런 내게 독일 생활은 '맛있고 건강한 빵'이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좋은 답을 알려준 시간이었다. 빵은 케잌이 아니기 때문에 디저트로 먹는게 아니므로(적어도 나에겐) 단맛이 나는 빵, 그리고 흰쌀밥을 싫어하는 나는 흰빵도 거의 안먹기 때문에 통밀과 호밀이 주된 재료인 독일빵은 내 취향에 딱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주식으로 먹는 빵은 직접 구워먹는다. 딘켈밀에 몇가지 곡물과 견과 및 씨앗들, 그리고 스파이시스 등을 넣은 우리만의 빵은 내다 팔면 5유로는 받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기에 더해 더욱 매력적인 포인트는 이런 덤덤-하고 담백한 빵에 발라먹고 올려먹는 햄, 소시지, 치즈 그리고 온갖 종류의 스프레드 - 비건부터 육식주의자, 저먼(German), 아지안(Asian) 또는 이탈리안스러움을 원하는 모두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한 - 를 쉽게는 슈퍼마켓에서부터 정육점이나 고급식재료를 파는 곳에서 살 수 있다.


통밀 100%, 딘켈 100% 또는 호밀과 밀이 몇 %씩 섞여있는지 등등에 따라 같아보이지만 다 다른빵이다!            사진: www.joseph.co.at


시작은 항상 단것부터다; 버터위에 허니 또는 마멀레이드를 펴발라 식욕을 조금씩 돋군다, 홈메이드라면 더욱 좋다. 버터의 맛도 국가마다(프랑스 버터 최고!), 상표마다 그 맛도 제각각이지만 그것까지 논하진 않겠음;

다음은 햄 & 소시지; 빨간고기는 연례행사로만 먹고 있는 요즘은 햄이나 살라미, 소시지 이런류가 아침식사에 극히 드물게 등장하지만, 엄격한 비오(Bio, 독일에서 오가닉 제품을 이르는 말)방식으로 퀄리티있는 맛과 영양을 주는 제품들은 아주 가끔씩 먹으면 그 맛과 풍미가 황홀감을 준다. 보통 돼지의 뒷다리와 골반(둔부)부위로 만들어지는 햄의 경우 소금물을 주입해 절이고 삶아진 방식과 염장 또는 자연건조나 훈연된 방식 - 흔한 예로 베이컨 - 이 있고 맛과 먹는 방식, 보관기관 등에서 차이가 난다. 독일사람들은 전자의 햄의 경우 다양한 맛의 머스터드와 함께 먹는 것을 좋아한다.(매우 훌륭한 조합!) 

사진: www.broger.cc(L) / iStock.com/kuvona(R)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소시지는 독일의 아침식사용은 아니다. 하지만 '소시지' 카테고리에 속하는 녀석을 소개하자면 독일식 미트로프 (Leberkäse, 직역하면 간치즈다!)가 있다.

사진: http://leberkaese.info

바바리안 남자와 사는 나에겐 익숙한 이 녀석은 독일의 바이얀 지역에서 만들어 먹기 시작했지만, 그 이름은 사실 미스리딩이다. 원조인 바이얀 지역의 레버케제는 동물의 간을 넣어 만들지 않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간의 일부가 반드시 소량 들어가있어야한다고도 한다. 전통적으로 정육점에서 돼지나 소고기, 또는 송아지 고기의 여러부위의 남는 고기를 섞고 소금과 허브를 넣어 만들어 팔았던 것에서 유래하여, 각 동네 정육점마다 그 맛과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한가지 엄격하게 중요한 것은 반드시 스윗머스터드와 함께 먹어야 한다는 것! 


치즈-!; 나의 아침식사가 이야기의 주제임을 잊지말고, 우리 집에서 즐겨먹는 치즈를 소개하는 거다- 여기 사람들이 먹는 치즈를 소개하기에는 할말이 너무 많기에.

내가 아침 또는 빵과 함께 먹는 치즈는 주로 에멘탈, 마운틴, 까망베르, 블루치즈 정도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치즈는 프랑스 같은 미식의 국가에 비하기도 부끄러워질지 모르는 부족한 수준이지만, 그렇기에 신선한 목초지에서 말린 풀을 먹고 키우는 소의 우유로 만드는 원료의 퀄리티를 따지고, 여기에 더해 '치즈=오래될 수록 좋은 것'의 원칙으로 되도록 올드한 녀석을 데려온다. 이런 점에서 큼큼하고 쉰내 팍-, 묵직-한 향이 물씬 풍기고 나이든 치즈를 좋아하는 나와 Flo는 취향이 같아 가끔 슈퍼의 치즈 진열대를 보면서 먹을게 없네..하며 혀를 끌끌 차고 치즈 먹을줄 모르는 여기 사람들을 가끔 비꼬는 농담을 (우리끼리만)한다.

(L) 스위스치즈로 알려져있는 에멘탈. 실제로 '스위스 에멘탈' 치즈라는 이름은  이지역에서 생산된 치즈 외에는  쓸수 없다. (R) 에멘탈보다 좀더 딱딱한 마운틴 치즈
(L)최소한이 저정도의 흐물거림에서 좀더 찐득하게 흘러나와줘야 '이제 좀 먹을만해지는군-'한다는 프랑스 까망베르 치즈 (R) 푸른곰팡이 치즈라 불리는 블루치즈 또는 스틸턴

                                                                                                                         (치즈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스프레드; 빵에 발라먹는 스프레드는 사실 종류가 너무 많다. 후무스나 바질페스토같이 집에서도 만들어먹을 수 있는 것부터 다양한 야채나 재료들을 이리저리로 섞어 다양한 맛을 만들어내는 스프레드는 사실 종류별로 사먹어보는 맛도 쏠쏠하다. 내가 주로 사먹는 것들은 야채나 콩류로 만든 것들이지만 연어, 참치나 고기류로 만든 것들도 있다. 

슈퍼마켓 브랜드별로 다양한 패키징. 에다마메 마살라, 명이나물로 만든 재미난 것들도 호기심에 골라먹어보는 재미가 있다!
사진: www.ndr.de

여기에 스모크드 연어나 절인 청어 등, 한국과 일본이 아침 밥상에 구운 생선을 내놓는게 이상하지 않듯이, 간단하게 빵에 올려먹을 수 있는 생선을 아침에 먹기도 한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완전 반숙된 삶은 계란!이 빠질 수 없다. 닭장에 갇혀서 알 낳는 기계처럼 취급된 닭과, 들판에 풀어놓고 키운 행복한 닭이 낳은 달걀은 무엇보다 삶아먹어보면 바로 그 맛과 퀄리티를 알아챌 수 밖에 없다. 물론 아침식사용 계란요리는 후라이도, 스크램블도, 시간이 더 많다면 오믈렛도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 :-)


이 모든 것들 매번 꼬박꼬박 챙겨먹는다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잼과 치즈, 한두가지 스프레드만 가지고도 빵을 세네번 슬라이스해서 먹을 수 있으니 영양가 있게 배도 부르고 질리지도 않으니 좋지 않은가-?


아직 소개할 메뉴가 두가지나 남았는데 빵 이야기로 너무 수다를 많이 떨었다.

                                                                                                                                         To be cond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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