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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모 Mar 01. 2024

하고 싶은 것을 해야한다는 판타지

하고 싶은 게 딱히 없는 사람들에게

덕업일치는 좋은 의미로 쓰인다.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았다는 점에서 모두의 부러움과 감탄을 받곤 한다. 특히나 모두가 마음만 먹는다면 각자의 채널을 갖게 된 요즘에는 더욱 그러하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나를 드러낼 수 있는 명함을 만들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수익을 창출해냈다는 컨텐츠를 만든다. 이 컨텐츠들은 알고리즘의 축복 속에 많은 관심과 좋아요를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 또다른 누군가의 알고리즘에 뜬다.

그래서인지 "좋아하는 일을 하며 XXXX 수익 올리는 비결", "퇴사 후 적성찾아 XX하기" 등의 게시물을 찾는 건 무척 쉬운 일이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추천하는 방법들은 대개 비슷하다. 아침 일찍 기상하여 시간을 확보할 것, 책을 읽을 것, 공부를 할 것, 인맥을 넓힐 것 등.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메세지는 "자기이해"이다. 나 자신에 대해 이해를 바탕으로 잘하거나 좋아하는 것을 찾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맥락이다. 불만족스러운 현생에 치이는 이들에게는 정말 환상적인 이야기이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하고 싶은 게 딱히 없다면?"



자기계발과 갓생, N잡과 수익 등에 대한 무수한 컨텐츠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었다.

과연 모두가 각자의 일상을 48시간인 것 처럼 보내는 것이 가능한지, 모두가 부수입을 만들고 창업을 해야만하는지, 퇴사를 해야만 행복이 찾아오는건지. 수많은 물음표가 뒤를 따랐다.



무수한 자기이해의 시도 끝에 얻어낸 결론이
 "난 딱히 하고 싶은게 없는데" 혹은

"그다지 애쓰고 싶지 않다","지금도 괜찮다" 라면,



이들의 일상은 무엇으로 설명이 가능할까.



자신의 성공담을 씨드머니 삼아 자극적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관점에서는 아마 이들이 무기력하고 성장에 대한 의지가 없는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혹은 계몽시켜야 할 잠재적 고객층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이란 기다림 끝에 때맞춰 도착하는 택배같은 것이 아니다. 하고 싶은 것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으며 우리 모두가 야망가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를 둘러싼 너무 많은 것들이 하고 싶은 것을 꼭 찾고 이뤄내야 한다는 판타지를 조장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조금 피곤한 요즘이다. 하고 싶은걸 꼭 해야하고, 심지어는 그로써 성공까지 해내야 판타지때문에 하고싶은게 없는 사람들이 패배감을 느끼지않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것이 뾰족하게 없는 나는 그저 좋아하는 것들을 해보는 중이다. 하고 싶은 것은 없어도 좋아하는 것이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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