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희 Sep 05. 2019

회사에서 주는 아침밥

우리 회사는 아침밥을 줍니다

큰 회사들이야 아침밥 주는 게 특별할 건 없다. 하지만 요즘은 아침을 챙겨주는 스타트업도 많다. 꼭 밥과 반찬이 아니라도 과일이나 빵 같은걸 주는 경우도 있고 아침밥이 보편적인 복지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간단한 김밥과 토스트로 아침밥을 챙겨준다. 일인당 한 개씩 돌아가는 건 아니고 아침에 갖다 놓으면 선착순으로 가져가면 된다. 늦게 오면 못 먹는다. 우리 회사는 규모상 중소기업이다. 입사 전부터 주고 있었으니 아침밥을 제공한 게 9년이 넘은 것이다. 복지라고는 전혀 없던 회사에서 이직 후 다소 충격이었다. 작은 중소기업인데 아침밥을 주다니.


그동안 아침 메뉴로 몇 번의 교체가 있었다. 식빵에 잼을 발라먹게도 해 줬고 우유가 나오기도 했었다. 시리얼도 있었다. 김밥은 항상 고정이었는데 밥 없이 못 사는 한국인에게 매우 적절한 간편식이다. 그래서 김밥은 항상 제일 먼저 동난다. 다 큰 직장인들이 먹을 거 가지고 왈가불가 말이 많은 게 웃기기도 하는데 다양한 말이 나오게 행동한다. 챙겨놨다가 점심 대용으로 먹는 사람, 먼저 출근한 사람이 다른 팀원들 것을 대량으로 챙기는 사람 등등. 원래 목적이 아침밥 제공이니 아침에 개인 것만 챙겨가서 먹으면 좋으련만. 문제의 원인은 공짜라서 그렇다.




집에서 아침밥 먹고 출근하는 직원들 손 들어보라고 하면 얼마나 있을까? 총각 때야 어머니가 열심히 챙겨 주셔서 먹고 다녔지만 결혼 후에는 맞벌이도 하고 있어 밥 차려달란 얘기를 못한다. 내가 차려먹자니 귀찮기도 하고 아침에 바쁘기도 하고 입맛도 별로 없다. 간혹 아침밥을 조금 챙겨 먹고 출근하면 10시쯤부터 배가 고파온다. 편의점에서 간편식을 사 먹기도 하는데 그것도 매일 몇천 원씩 나가면 크다. 혼자 사는 직장인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회사에서 주는 아침밥이 처음에는 참 고마웠다. 좋은 회사 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사람이 간사한 게 이것도 시간이 지나니 좋다 나쁘다 생각이 없다. 오히려 매일 똑같은 메뉴에 질려 욕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의 복지란 게 그런 것 같다. 있다가 없어지면 큰데 계속 유지되어 익숙해지면 아무 느낌 안 난다. 


직장에서 아침밥은 참 중요하다. 특히 나는 오전에 집중력이 제일 좋아서 아침밥을 먹어야 집중해서 오전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일하다 배고프면 집중력이 유지될 리 없다. 의학적으로도 아침밥의 중요성은 여러 번 증명되었다. 에너지가 있어야 아웃풋도 있다. 인풋 없이 좋은 아웃풋이 나올 수 없다. 아침밥으로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면 작은 돈으로 큰 투자 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주는 아침밥은 개인적으로 손에 꼽으면서 좋은 기억으로 남는 복지다. 회사에 고마움을 느끼게 하고 아직도 어디 가서 얘기하면 남들이 부러워하는 복지다. 


작가의 이전글 직장에서 실천 중인 척추건강 유지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