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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Sep 06. 2019

만 원짜리 한 장으로 지킨 양심

직장에서 지켜야 할 양심

저녁 수영이 끝나고 9호선을 타러 종합운동장 역으로 갔다. 방금 급행열차가 떠나서 플랫폼에 사람이 없다. 계단을 내려서자마자 바닥에 떨어져 있는 만 원짜리 한 장이 보인다. 날름 줏었다. 줍는데 얼굴이 화끈거리는 이유는 뭘까? 누가 줍는 걸 봤을까 봐 양심에 찔려서일까? 아니면 갑작스러운 횡재에 흥분해서였을까? 전자가 가까웠던 것 같다. 


만 원짜리는 구겨져 있었다. 누군가의 주머니에 꼬깃꼬깃 구겨져 들어가 있다가 핸드폰이나 교통카드를 꺼내다 같이 빠져나온 모양새다. 큰돈은 아니지만 작은 돈도 아니다. 줏어들고 내 주머니에 넣었다가 갑작스레 걱정이 들었다. CCTV? 점유물 이탈죄? 이런 생각들이 뇌리를 스쳤다. 잠깐 고민하고 다시 원래 있던 자리에 던져 놓았다. 혹시 CCTV에 줍는 것만 나오고 던져놓는 건 안 찍힐까 봐 동작도 크게 하며 던졌다. 


다시 바닥에 떨어진 만 원짜리. 누군가 주워가겠지. 잠깐 생각해보니 이것도 아닌 것 같다. 귀찮지만 주워서 역사 위로 올라갔다. 역사에서 통제하는 개찰구 옆의 쪽문 통신기에 대고 호출을 했다. 역무원이 받는다. 돈을 주웠다고 말씀드렸더니 직원분이 곧 내려오신단다.


정말 곧 오셨다. 어디서 주웠는지 말씀드리고 만 원짜리를 드리고 플랫폼으로 내려왔다. 사실 별거 아니다. 큰돈은 아니라서 잃어버린 사람도 찾지 않을 확률이 높다. 만원이 주인을 찾아갈지 누군가의 입으로 들어갈지 모른다. 주인을 찾지 못할지라도 양심을 지켰다는 생각에 약간 뿌듯하다. 최초 마음은 죄악에 대한 두려움이었지만 마지막 마음은 양심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원래 자리에 던져놓고 거기서 끝냈을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그런 일이 한두 가지 인가. 양심을 지켜야 할 일 말이다. 양심적인 회사생활을 하지 않아 잘리는 경우를 여러 번 보고 듣게 된다. 법인 카드를 함부로 사용하다가 걸리거나, 업무 시간에 다른 곳에서 놀다가 걸린다거나 하는 경우 말이다. 그들이 처음부터 그랬을까? 처음에는 양심에 걸리는 작은 일을 어겼을 것이고 그런 것들이 켜켜이 누적되어 큰 것까지 손대다가 결국 걸리고 만 것이다. 가끔 회사에서 억 단위를 횡령해 뉴스에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설마 처음부터 억 단위 횡령을 시도했을까? 범죄의 작은 시작이 있었을 것이다.


금전 외에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만 아는 작은 일이지만 할지 말지 고민하다 귀찮아서 그냥 넘겨 버리는 일, 이런 일도 개인의 양심에 관한 것이다. 양심에 걸리지만 작은 일들을 넘겨 버리거나 좌시하고 그러다 보면 많은 일을 대충 하는 업무에 태만한 직장인이 되어 간다. 당연히 좋은 디테일이 나올 수 없고 최악의 경우 회사에 손실을 가져오는 업무상 사고마저 유발할 수 있다. 


만 원짜리 한 장으로 촉발된 양심에 대한 생각, 직장에서의 나의 양심 상태를 돌아본다. 과연 나는 직장에서 완전 무결한 깨끗한 인간인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완전한 인간은 있을 수 없다. 다만 작은 양심부터 지켜나가려 노력하는 게 직장인으로서의 바른 자세라고 생각한다. 공동체 생활이기에, 나를 믿고 고용해준 덕분에 삶을 이어나가고 있기에 직장인만의 양심을 지켜 나가야 한다. 직장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성장과 희망을 꿈꾸고 있지 않은가. 양심을 지켜 나가는 일이 시발점이라고 본다.


오늘 회사에서 팀원들에게 만원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얘기했다. 전부 그냥 가져오지 뭐하러 줬냐고 핀잔을 준다. 듣고 보니, 솔직히 조금은 아쉬웠다. 그래도 잘한 것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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