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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Feb 05. 2020

출장 다니며 경험한 지역별 음식문화

경상도, 충정도, 전라도의 음식

지방 출장을 갈 일이 간혹 생긴다. 강원도, 제주도 빼고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는 다 가봤다. 경기도는 수도권이니까 제외. 출장의 재미 중 하나는 로컬의 음식을 먹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회사 비용으로. 하지만 보통은 당일치기로 왔다 갔다 하기 바빠서 그냥 가까운 데 가서 먹거나 간단하게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로컬의 유명한 음식을 먹어보고 오는 일은 드물지만 그래도 그중 기억나는 도별 음식 문화에 대해 적어본다. 


1. 마산 (경상도) - 통술집

1박 2일로 마산 출장을 갔었다. 나를 포함한 우리 회사 사람 4명과 현지 업체 사람 3명이 저녁에 술을 마시기로 했다. 현지 사람들이 통술집을 가자고 한다. 통술집? 생소하다. 처음에는 드럼통 같은데 앉아서 먹는 술집인 줄 알았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니 아예 통술집 골목이 형성되어 있다. 마산의 유명한 문화인가 보다. 한 곳을 들어갔더니 여기저기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모든 자리 옆에는 일명 빠케스, 플라스틱 양동이에 얼음과 맥주, 소주 등이 담겨있는 통이 하나씩 있었다. 아~이래서 통술집이구나. 

통술집의 안주는 매일 재료 따라 계절 따라 주인 마음이다. 항상 다르게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코스처럼 여러 요리가 순차적으로 나온다. 술은 통에서 꺼내 마시면 된다. 그런데 술값이 꽤 비싸다. 안주보다 술값으로 마진을 남기는 것 같다. 술이 가까운데 있으니 시켜서 먹는 것보다 많이 먹게 된다. 그래서 통술집은 안주빨 세우는 사람들에게는 유리, 술빨 세우는 사람들에게는 불리한 구조다. 다채로운 해물과 고기 안주가 맛있었고 옆에 술통을 끼고 먹는 맛도 재미있어서 인상 깊었다.



2. 부산 (경상도) - 돼지국밥

부산하면 생각나는 음식은 돼지국밥, 밀면, 씨앗호떡 이 정도. 서울에도 부산 돼지국밥집 체인점은 꽤 있는데 먹어보면 별로다. 출장으로 부산에 갔으니 원조를 먹어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떴다. 부산역 근처의 국밥집에 갔는데 음... 서울에서 먹던 것보다 특별히 낫을 게 없었다. 국밥에 고기는 제법 들어있는데 약간 누린내가 난다. 맛이 이런데 유명해지진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도 사람은 많다. 얘기를 들어보니 맛있는 집은 따로 있단다. 아마 역 주변의 뜨내기 여행객을 상대로 하는 집이라 맛이 없었나 보다.

점심에 돼지국밥을 실패하고 저녁에는 부산역 안에 초밥집에 가서 초밥에 생맥주를 한잔 했다. 로컬 음식 찾아다닐 만큼 시간도 없었고 피곤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점심의 실패가 안전한 선택지를 고르게 했다. 맥주가 꽤나 맛있는 집이다. 초밥도 평타는 했다. 돼지국밥은 다음에 따로 여행 오면 제대로 하는 집을 경험해 보기로.



3. 광주 (전라도) - 송정 떡갈비

광주는 처가라 일 년에 몇 번은 간다. 광주 송정역도 자주 왔다 갔다 한다. 송정역 주변에 유명한 떡갈비 골목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처갓집만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떡갈비는 냄새도 못 맡아봤다. 광주 출장을 간 김에 떡갈비 골목을 가기로 했다. 전문점이 많아 고르기 힘들다. 그냥 큼지막한 집으로 들어갔다. 

떡갈비를 시키니 멀건 뼈 국이 먼저 나온다. 근데 사이즈가 이게 메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크다. 뼈 국을 시키니 떡갈비가 옵션으로 나오는 느낌. 뼈 국을 먹는 중에 떡갈비가 나왔는데 음... 또 생각보다 맛이 별로다. 사이즈도 작고 가격도 제법 하는데 푸석푸석한 느낌이다. 냉동 떡갈비를 데워주나 보다. 누군가는 CJ 냉동 떡갈비보다 못하다는 평도 내놨다. 주변에 가게가 많은데 아무 집이나 들어가서 실패한 듯하다. 

전라도가 음식으로 유명한데 광주는 음식으로 특별히 떠오르는 게 없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홍어, 빵집 궁전제과, 그날 먹은 떡갈비 정도인데 그중 하나에 도전 그리고 실패했다. 광주는 자주가 니 떡갈비는 장모님께 여쭤보고 가는 걸로.



4. 대전 (충청도) - 성심당

대전역에 가면 다들 필수템처럼 들고 다니는 게 하나씩 있다. 비 오는 날 우산 들고 다니듯이 안 들고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는, 바로 성심당 봉투다. 대전역 안에도 매장이 있고 사람들도 빵 사려고 길게 줄을 서있고 다들 한 봉지씩 들고 다니고 기차 시간은 다가오고 또 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대전역만 가면 나도 한 봉지 사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안절부절못하게 만든다. 

출장 간 김에 한번 사봤는데 성심당을 유명케 한 튀김 소보루는 막 나왔을 때나 맛있지 서울로 가지고 올라가면 식어서 별로다. (사실 방금 나온 빵 치고 맛없는 빵은 없다) 빵에 대한 나름의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성심당은 프랜차이즈 빵집보다는 윗급이라 보는데 정말 맛있게 하는 집들보다는 확실히 아래다. 그래도 가성비와 대기업에 가까운 규모를 생각하면 성심당은 잘하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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