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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Feb 07. 2020

MBC '너를 만났다'를 보고 느낀 VR의 한계

개발자가 바라보는  IT 세상

지난주부터 계속 화제가 되었던 MBC 다큐 '너를 만났다'가 어제 방영되었다. 역시나 실시간 검색어에도 계속 오르며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예고편만 봐도 눈물을 흘렸다던 사람이 많던데 절절한 부모의 심정이 담긴 이 프로에 눈물을 참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지나치게 신파적으로 만들었을 것 같아 보지 않으려다가 결국은 채널을 고정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요약하면 다큐의 내용은 이렇다. 사 남매를 키우던 중 셋째 딸이 혈액암에 걸려서 고인이 되고 어머니가 VR로 재현한 딸을 만난다는 내용이다. 이야기는 예상했던 대로 흘러갔다. 가족의 일상을 보여주고 중간중간 과거를 회상하고 마지막 하이라이트 부분에 VR로 재현한 딸과 어머니가 만나게 된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으랴. 애써 눈물을 참아가며 어머니와 딸의 재회 장면을 지켜봤다. 하지만 보면서도 IT 업종 종사자로서 답답하고 안타깝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계속 눈에 거슬렸다.



1. 

예전에 '심심이'라는 채팅 프로그램이 있었다. 채팅 프로그램인데 사람과의 채팅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채팅을 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질문을 던지면 답변을 해주는 형식이다. 보통은 동문서답으로 흘러간다. 그래도 욕설을 쓰면 그러지 말라고는 대답해준다. 

어제 티비를 보면서 VR로 재현한 딸 캐릭터는 몇십 년 전의 심심이보다 못한 느낌이었다. 어머니와 캐릭터 간에 전혀 대화가 안된다. VR 캐릭터는 프로그래밍된 말만 쏟아낸다. 어머니가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건네도 캐릭터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다. 근래 AI 기술이라면 상호 대화 정도는 가능했을 걸로 보이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너무 안타까워 보였다. 시리나 빅스비 정도의 대화만 가능했어도 그렇게까지 답답하게 느끼지는 않았을 텐데.


2. 

대화도 안되지만 캐릭터의 움직임도 전혀 상호적이지 못했다. 프로그래밍대로 순차적으로 움직이는 게 눈에 보인다. 이 타이밍에 이걸 하고 저걸 하고, 대화가 안되는데 동작을 상호적으로 맞추는 것은 기대를 않는 게 맞을 것이다.


3. 

보는 내내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한건 촉각이었다. 딸을 느끼고 싶어서 내민 어머니의 손은 덧없이 허공만 갈랐다. 어머니는 얼마다 답답했을까. 촉각 센서 같은 게 달려서 비슷하게나마라도 만지는 느낌을 주는 건 더 먼 미래의 이야기인 건가. 


4. 

VR로 재현한 캐릭터는 누가 봐도 게임 캐릭터처럼 보였다. 최근 CES에서 삼성전자가 재현한 인공 인간을 보면 놀랍다. 누가 인간이고 누가 컴퓨터로 재현한 건지 구분할 수 없다. 2019년에 이 프로그램을 촬영했고 삼성전자가 2020년 초에 인공 인간을 공개했으니 기술적으로 실제 사람처럼 구현하는 게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았을 텐데 참 아쉬운 부분이다.




어머니도 처음에는 오열하시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담담해지셨다. 어떤 걸 기대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큰 한계를 느끼시지 않았을까 싶다. 모든 게 끝나고 인터뷰를 하시면서도 완전히 똑같지는 않고 얼핏 비슷한 모습이 보였다고 애써 말씀하시는 걸 보니 기대한 만큼의 무언가는 없었던 것 같다. 구현 가능한지는 모르겠으나 어린 연기자를 투입하고 여기에 VR 이미지를 덧씌울 수 있었다면 게임 캐릭터보다는 좀 더 낫지 않았을까? 대화도 가능하고 만질 수도 있으니. 


개인적인 느낌에 MBC가 방송 욕심에 너무 급하게 진행한 게 아닐까 싶다. 발전된 기술들을 접목했다면 현실적으로 방송이 다가왔을 텐데, 2019년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기술 들이었을 텐데 말이다. 물론 방송도 모르고 기술은 더더욱 모르는 무지한자의 느낌이다. 


넷플릭스의 미드 '블랙 미러'에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다. 연인이 죽고 온라인 상의 연인의 흔적을 분석해 복제인간에 정신을 입힌다. 처음에는 복제되어 돌아온 연인에게 깊이 빠지지만 점점 실제와 다른 모습에 절망해 가는 모습을 그린 에피소드다. 블랙 미러 시리즈에는 유독 정신의 복제와 관련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한 인간의 정신까지 똑같이 복제하는 게 가능할까? AI와 의학이 더 발달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죽은 사람의 정신을 똑같이 복제할 수 있다면 살아 있는 사람들의 행복은 연장될까? 


MBC의 눈물 짜내기 프로젝트는 성공한 듯싶다. 의도야 어쨌건 기술을 접목해 마음을 울린 방송의 기획은 좋았으나 잔인하다 느껴지면서도 VR의 한계로 많이 아쉬웠다. 무엇보다 방송의 주인공이었던 어머니의 마음이 어떠셨을지, 조금은 편안해지셨으면 하는 게 시청자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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